황종택<녹명문화연구원장>

인간은 누구나 건강하게 아름다움을 간직하면서 오래 살기를 바란다. 현대인들의 관심사가 ‘백세장수’에 집중되고 있을 정도다.

사람이 인생을 사는 데 최대 바람은 오복(五福)이다. 수(壽)·부(富)·강녕(康寧)·유호덕(攸好德)·고종명(考終命)으로서 ‘서경’에 나온다. 다섯 가지 복 가운데서도 오래 사는 장수를 인간 소망의 첫 번째로 꼽았다. 둘째가 풍족한 삶, 셋째는 일생 동안 건강하게 사는 강녕, 넷째는 덕을 좋아한다는 유호덕으로서 베풀며 살고, 마지막으로 고종명은 편안히 일생을 마치고 싶다는 소망이다.

서민들이 바라는 오복은 좀 다르다. 서민들은 수·부·귀(貴)·강녕·자손중다(子孫衆多)를 꼽곤 한다. 유호덕이 귀함으로, 고종명이 자손 번창으로 바뀐 것이다. 서민들은 귀하게 되는 게 남을 위해 봉사하는 것이라 생각했고, 자손이 많은 게 고종명보다 낫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여하튼 우리 선인들은 가장 행복한 삶을 말할 때 “오복을 갖췄다”고 말했다. 그래서 새로 집을 건축하고 상량(上梁)할 때 대들보에 연월일시를 쓰고 그 밑에 ‘하늘의 세 가지 빛에 응해 인간 세계엔 오복을 갖춘다.(應天上之三光 備人間之五福)’고 쓰는 것이 전통적인 관례로 굳어졌다.

 

수·부·강녕·유호덕·고종명의 오복

엣 사람들도 이른바 웰 빙(Well being), 곧 편안하게 잘 살다가 웰 다잉(Well dying), 즉 곱게 눈을 감는 것을 간절하게 바랐음을 알 수 있다. 이젠 의료서비스의 질적 수준이 크게 향상된 데다 고령화에 따라 평균수명이 증가하면서 백세장수가 현실화되고 있다. 의료기술만 높다고 모두 ‘100세 시대’를 보장받을 수 있을까. 아니다. 개개인의 편안한 마음가짐과 식생활이 근본적으로 좌우하고 있다. 의료기술은 부차적이다.

 

‘순자’가 “즐겁고 평이한 사람은 언제나 오래 살고, 근심스럽고 두려운 이는 언제나 일찍 죽게 마련이다.(樂易者常壽長 憂險者常夭折)”고 말한 바가 잘 일러주고 있다.

 

건강을 해치는 주된 원인은 다른 데 있지 않다. 몸과 마음에 과도함이 있어서이다. 지나치게 단맛, 신맛, 쓴맛, 매운맛, 짠맛 등 이 다섯 가지가 몸에 가득하면 생명이 상하게 돼 있다. 여기에다 큰 분노, 슬픔, 근심, 공포와 기쁨이 정신을 점령하면 신체를 상하게 한다고 ‘여씨춘추’는 환기시키고 있다.

병원 치료를 받기 위해 한국을 찾은 외국인 의료관광객이 한 해 35만명 안팎이다. 난치병 치료와 성형수술 등 한국의 의술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그러나 갈 길이 멀다. 외국인 의료관광객을 충분히 끌어들일 준비가 부족한 것도 돌아볼 일이다. 태국의 경우 의료관광객만 200여만 명이라는 숫자는 그냥 나오는 게 아니다. 민관이 뜻을 모아 한국만의 질 높은 의료관광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할 당위성이 있는 것이다.

관광진흥을 위한 협업은 중앙정부 부처 간 협조 차원의 범위를 넘어선다. 관광객이 여행 과정에서 만나는 접점이 광범위하고 다양한 만큼 지방자치단체, 관광업계, 유관 산업계, 서비스업 종사자, 일반 국민까지 아우르는 협업이 필요하다. 특히 의료관광, 컨벤션산업(MICE), 크루즈관광, 스마트 관광 안내 등 다른 산업과 관광이 융·복합해 새로운 시장과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분야가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관광을 매개로 한 산업 간 협업은 선진경제 실현과 새로운 일자리 창출의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다.

사실 ‘하얀거탑’, ‘뉴하트’, ‘굿닥터’, ‘낭만닥터 김사부’ 등 의학드라마는 한때 높은 인기를 끌었다. 의학드라마는 한류 바람을 타고 외국에서도 인기리에 방영돼 자연스레 우리나라 의료계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 더구나 우리나라 의료비는 외국과 비교해 저렴한 편에 속한다. 비용 대비 높은 수준의 의료서비스는 전 세계적으로도 손에 꼽힐 정도다. 이런 입소문을 듣고 찾아오는 외국인도 매년 늘고 있다.

정부는 외국인을 대상으로 의료관광을 위한 비자를 발급해주는 등 맞춤형 외국인 환자 유치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그 결과 2008년 2만7000여명이던 국내 의료관광객은 2016년 36만4000여명으로 최고점을 찍었다. 정부는 오는 2020년까지 의료관광객 100만명 유치를 목표로 하고 있다. 한국의 의료산업이 블루오션으로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일례로 러시아인들은 얼지 않는 바다를 선호한다. 여기에 착안해 해양스포츠를 접목한 건강검진상품을 개발하면 관광과 의료를 접목한 새로운 시장이 만들어질 수 있다. 동남아시아나 중동의 경우 눈, 스키 등에 높은 호응을 보인다. 역시 건강검진과 스키 후 뭉친 근육을 풀어주는 한방을 접목하면 세계 어디에서도 할 수 없는 한국적인 상품으로 경쟁력이 있을 것이다.

 

건강하고 아름다운 삶이길 희망

우리나라의 의료체계는 현대의학과 전통의학인 한의학으로 이원화돼 있다는 특색이 있다. 따라서 의료관광 활성화에 있어 통합의학이 상당히 경쟁력 있는 것으로 평가 받고 있다. 실제로 한국관광공사의 ‘2017년 한국의료관광총람’에 따르면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국 재방문 시 이용하고 싶은 의료 서비스에 대한 질문에 국내 의료관광 경험자들은 피부관리(47.9%), 건강검진(35.7%), 한방진료(35.0%) 순으로 응답하기도 했다.

한국은 선진국 수준 이상의 의료기술을 갖고 있지만 의료 기술 이외의 부분에서는 아직 개선해야 할 과제가 많다. 의료 지식이 많지 않은 통역이 환자와 의사 사이에서 커뮤니케이션을 하다보면 환자의 생각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관광 등 의료 외적인 인프라에 대한 고민도 부족한 편이다. 독일, 태국 등 의료관광에 매진하고 있는 국가의 경우 건강검진과 휴양을 같이 즐기는 프로그램들이 다양하게 구성돼있다. 재활프로그램 역시 질적 만족도가 높을 뿐 아니라 특색이 있어 환자들에게 인기가 좋다. 전 세계 의료관광 시장 규모가 2017년 600여억 달러에서 2022년 1천438억 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한 얼라이드 마켓 리서치에 따라 의료관광산업 활성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민관이 뜻을 모아 한국만의 질 높은 의료관광 프로그램을 개발해야겠다.

‘관광(觀光)’은 “빛을 본다”는 뜻으로 ‘주역(周易)’에 나오는 말이다. 당초엔 “나라의 형편을 살펴보니, 임금께 국빈 대접받는 것이 이로울 것이다(觀國之光 利用賓于生)”라는 의미였으나 경치나 명소를 두루 구경하면 몸과 마음이 밝아지는 ‘치유의 빛’으로 쓰인다. 오늘날의 의료관광을 예견한 듯하다. 세상사람 모두 건강하고 아름다운 삶이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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