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유럽 51국 브뤼셀 아셈(ASEM)정상회의

단체기념사진에 문 대통령이 없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유럽 순방길에 대북제재 완화 필요성을 역설하자 ‘조선일보’를 비롯한 ‘보수세력’은 속삭임 대신 총대를 메고 벌떼처럼 공격했다. 프랑스 대통령은 실질적 비핵화가 될 때까지는 제재를 계속해야 한다. 또 미국의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지난해 9월 ‘유엔 대북제재가 작동하지 않는 이유’란 기사에서 네 가지로 간략하게 정리했다.

첫째, 국제사회의 감시를 피할 수 있는 비밀 경제를 갖추었다.

둘째, 몰래 들여오는 물품통로가 차단되면 또 다른 어떤 곳에서 얻는다.

셋째, 물자 부족에 단련돼 있다.

넷째, 제재가 강화될수록 핵 개발에 사활을 건다.

 

그동안의 역사적 경험이나 전문가들의 판단을 종합할 때, 대북제재 고삐를 조이면 북한이 저절로 핵을 포기할 것이라는 믿음에 홀려 세상 사람을 미혹(迷惑)시키는 술책(術策)에 정신을 차리지 못하게 하는 혹세무민(惑世誣民)이다. 누군가 대북제재 완화를 입에 올리면 신성 모독이라며 길길이 날뛰고 분노한 우리 사회는 어떤 이들에게 ‘대북제재’는 진리요 생명이니 동격의 성경 말씀과 신성불가침의 진리라는 여론들 이었다.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이후 북한이 비핵화를 향한 조처를 시작했는데도 미국은 막무가내로 제재를 풀지 않고 있다. 미국으로서는 대북제재를 협상의 지렛대로 삼으려는 생각이겠지만 ‘비핵화가 완료된 뒤 제재를 완화 한다는 게 과연 사리에 맞는지 의문이다.

상호 신뢰구축이 비핵화를 앞당기는 데 더 효과적이지는 않은지, 만약 북한이 완벽한 비핵화 조처를 취하지 않으면 그때 더 강력한 제재 조처를 취하면 그만이 아닌지, 하는 이런 의문이 제기되는 게 당연하다. 다만 대북제재 문제를 전략적 관점에서라도 바라보면 괜찮은데, 절대 털끝 하나 건드려서 안 될 신성불가침의 존재로 숭상하고 있다.

북한은 절대로 핵을 완전히 포기하지는 않겠다고 공공연히 단언하고 있다는 점이다. 핵이 북한에게는 보물단지데 그 보물단지를 포기하겠느냐는 얘기다. 그렇다면 그들에게는 애초부터 천국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그러면서도 대북제재를 신성시하는 이유가 결국 우상숭배의 신도들을 끌어 모아 교세를 불리고 헌금함을 두둑하게 채우는 것이 주목적이다.

문 대통령이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평양방문을 요청했다는 소식이 나오자 방북 계획에 대북제재 완화를 둘러싼 한미 간의 미묘한 의견이나 현상에 대한 생각의 견해까지도 못마땅하기 그지없었을 것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국제사회에 대한 영향력이나 평화 사도로 평양방문 제안에 흔쾌히 수락한 교황에 대해 부글부글 끓는 심정일 것이다. 이들은 지금 겉으로 말은 못하지만 속으로는 미국·쿠바의 국교 정상화는 안중에도 없다.

세계 12억명 가톨릭교를 믿는 이들에게는 영적 지도자이자 평화와 화해의 상징인 교황은 지난 18일 교황청에서 문 대통령과의 단독 면담에서“(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초청장이 오면 무조건 응답을 줄 것이고 갈 수 있다”며, 흔쾌히 방북 요청을 수락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문 대통령에게 “두려워하지 마시라 한반도에서 평화 프로세스를 추진 중인 한국 정부의 노력을 강력히 지지한다. 멈추지 말고 앞으로 나아가시라” 문 대통령은 교황의 지지를 이끌어내 자신이 구상한 한반도 프로세스에 힘을 얻게 돼 종전선언에 자신감이 불었다.

프란치스코 교황 방북에 청와대 관계자 참모들도 교황의 파격 메시지를 예상하지 못 해 올 안으로 “종전평화협정, 대북제재 열쇠를 쥔 유럽 정상들이 돼프란치스코 교황의 방북 수락만으로도 힘 얻어 이번 유럽 순방의(청와대 고위 관계자) 7박9일 유럽 순방을 마치고 21일 귀국한 문 대통령의 순방 최대 성과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북 수락을 얻어낸 것만으로도 목적을 충분히 달성했다”는 스스로 자축하는 분위기다.

“피에트로 파롤린 교황청 국무원장과의 앞 전날 만찬 회동에서도 교황청 인사들은 교황이 문 대통령 알현에서 어떤 말씀을 하실지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며 “교황 메시지는 우리가 기대하고 바랐던 그대로 생각한다”고 큰 만족감을 나타냈다.

아직 시기를 확정하긴 이르지만 교황의 방북은 세계에 냉전 구도를 깨고 한반도의 새 질서를 알리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연내 종전선언, 평화협정 체결로 동북아 평화 안보체제 구축’이라는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도 속도감 있게 진행될 수도 있다. 특히 교황의 방북은 국제사회에 북한을 정상국가로 데뷔시켜, 유럽 순방 내내 문 대통령이 강조했던 ‘북한의 실질적 비핵화에 따른 국제제재 완화’에도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

 

대북제재 열쇠를 거머쥔 유엔안보리 상임이사국들

유럽 순방의 또 하나의 주제였던 북한의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 실천에 따른 ‘유엔제재 완화’는 절반의 성공을 거둔 것으로 평가된다.

문재인 대통령을 포함한 아시아와 유럽 51국 정상들이 참석한 브뤼셀 아셈(ASEM) 정상회의가 19일 의장 성명에서 "북한은 모든 핵무기를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CVID) 방법'으로 폐기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핵무기뿐 아니라 생화학무기 등 대량살상무기(WMD)와 탄도미사일도 CVID 방식으로 없애라고 요구했다.

'CVID'의 핵심은 '검증'이다. 검증하지 않으면 핵을 실제 폐기했는지 아닌지 알 방법이 없다. 북한은 CVID를 극력(極力) 피하려 한다. 그런데 우리 정부가 언제부터인지 CVID대신 '완전한 비핵화'라는 말만 하고 있다. '검증'을 뺀 것이다. 핵 못지않게 치명적인 생화학무기 폐기를 북에 요구하는 그 목소리를 아셈 정상회의가 대신 내줬다. 오랜만에 들어보는 상식적이고 정상적인 목소리다. 한국국민을 우리정부가 아닌 아시아·유럽 정상들이 대변하는 것 같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번 유럽 순방에서 7박9일 동안 대북제재의 열쇠를 쥔 유엔안보리 상임이사국인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과 영국의 테리사 메이 총리를 만나 대북제재 이행이 아니라 이들에게 북한 비핵화에 따른 제재 완화 등 상응 조처가 비핵화를 촉진할 수 있다는 논리를 폈다. 또 유럽 주요 국가인 독일과 유럽연합 수장도 만나 같은 논리를 폈다.

영국과 프랑스는 미국이 북핵 군사 옵션을 언급할 때도 외교와 대화를 강조해온 국가들이지만 문 대통령의 제재 완화 요청을 거절하면서도 문 대통령의 취지에 공감을 표하면서 “북한도 시브이아이디(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핵폐기)를 위한 좀 더 확실한 행동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했다. 즉각적인 제재 완화엔 유보적인 태도를 보인 셈이다.

그러나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유럽 국가들과는 우리가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관해 일상적으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나라들이 아니어서, 각 정상들이 최근의 상황 변화에 관해 매우 궁금해 하면서 질문을 했다”며, “이들 정상에게 한반도 상황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도록 설명했고 그 부분에 대해 많은 이해가 있었다”고 했다. 청와대는 일단 유럽 주요 국가 정상들에게 최근의 한반도 정세 변화를 충분히 설명했고, 북한의 비핵화 이후에 대비한 제재 완화 여부를 공론화했다는 데 의미를 뒀다는 해석이다.

아셈 의장 성명은 북이 핵확산금지조약(NPT)과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조속히 복귀할 것을 촉구하면서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의 완전한 이행을 약속했다. 제재와 CVID원칙만이 북핵을 없앨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북 비핵화는 '김정은 의지'라고 문 대통령이 전하는 것과 몇 마디 말이 전부다. 그것이 아셈 정상회의를 통해 다시 한 번 입증됐다. 전례를 찾기 힘든 일이다. 한국 외교는 '남북'에 빠져 방향 감각을 잃은 채 북핵해결의 정도에서 점점 벗어나고 있다. 이번 유럽 순방은 사실상 외교 사고(事故)나 마찬가지다.

문재인 대통령이 프랑스·영국 정상에게 대북 제재 완화 얘기를 꺼낸 것은 지금 국제사회가 이 문제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모르고 엉뚱한 부탁으로 보인다.

북은 비핵화 실천 방안을 논의할 미·북 실무회담에는 응하지 않고 트럼프·김정은 쇼에만 공을 들이고 있다. 핵 포기 결단을 내렸다면 핵 신고를 하고 폐기 절차와 방법을 본격 논의해야 한다. IAEA 전 사무차장은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란 '핵무기가 반출되고 우라늄농축 시설이 해체된' 단계라고 했다.

북 비핵화가 돌이킬 수 없는 정도가 됐을 때'라는 단서를 달긴 했지만 무게중심은 대북 지원과 제재완화가 필요하다는 데 있다. 그렇게 되면 제재 해제, 미·북 수교 등 북이 원하는 보상이 제공될 것이다.

 

아셈 정상회의 단체기념사진에 문 대통령이 없다

한-영 회담과 연설 준비로 다른 층에 머물다가 엘리베이터 지연으로 사진 촬영 시간 놓쳐, 벨기에 브뤼셀에서 폐막한 19일(현지시각) 아셈(ASEM·아시아유럽정상회의)의 단체 기념사진 촬영에 문 대통령은 참석하지 못했다.

별도의 양자회담이 없었던 정상들은 회의가 끝나자 함께 유로파 빌딩 5층 본회의장에 있다가 기념촬영장인 00층으로 내려갔다. 그러나 당시 문 대통령은 9층에 있었다. 메이 영국 총리와 한반도 비핵화에 관한 양자 회담을 진행한 뒤 여전히 정상들의 발언 길어지자 같은 층에서 오후에 열릴 리트리트세션회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테레사메이 영국 총리와의 양자회담과 이후 예정된 문 대통령 자신의 오찬 겸 리트리트 세션발표 준비하느라 사진 촬영 시간을 놓쳤다”고 말을 전했다. 단체 사진 촬영은 이날 낮 12시15분에 예정돼 있었다. 그러나 각 정상들의 발언이 길어지면서 실제 사진촬영은 기약 없이 늦춰지다가 이날 오후 1시30분에야 이뤄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한반도 문제 관련 발언이어서 자료를 읽고 준비하고 있었다”며 “그러다가 1시30분이 다 되어서야 포토타임을 한다는(아셈 의전팀 쪽의)연락을 받고 엘리베이터를 타려고 기다렸지만 엘리베이터가 지연됐고, 결국 00층에 도착하자 이미 기념촬영이 끝나 있었다”고 말했다.

유엔 안전 보장 이사회 또는 국제 연합 안전 보장 이사회(영어: United Nations Security Council, UNSC, 프랑스어: Conseil de sécurité des Nations unies, 중국어: 联合国安全理事会, 러시아어: Совет Безопасности Организации Объединённых Наций, 스페인어: Consejo de Seguridad de las Naciones Unidas, 아랍어: مجلس أمن الأمم المتحدة)는 회원국의 평화와 안보를 담당하는 유엔의 한 기관이다.

유엔의 다른 기관들이 회원국 정부에 대해 조언만을 할 수 있는 것과 대조적으로, 안전 보장 이사회의 결정은 유엔 헌장에 의거해 회원국들이 반드시 따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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