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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죄보다 더 중하고 무서운 850만원의 떡값 수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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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12.07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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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_ 김상배 변호사/대법원 재판연구관, 전주, 인천지법 부천법원 부장판사

 

살인죄보다 더 중하고 무서운 850만원의 떡값 수수

 

김상배 변호사

2017. 4. 7. 서울고등법원 303호 형사법정은 10여명이 넘는 70대 피고인들과 그 가족들의 통곡으로 울음바다가 되어 한참 동안 재판이 진행될 수가 없었다.

 

피고인들은 경기도 모지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의 조합장, 이사, 감사 등 조합 임원들로서, 시공사로 선정된 공사업체의 대표로부터 시공사 선정에 대한 감사의 표시로 떡값 명목으로 2회에 걸쳐 합계 3억원을 받아 3천만원 정도씩 나눠가졌다가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뇌물)로 기소되었다.

 

그런데 특가법에는 받은 금액이 1억원 이상인 경우에는 10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되어 있고, 5천만원 이상 1억원 미만인 경우에는 7년 이상, 3천만원 이상 5천만원 미만인 경우에도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되어 있다.

위 규정에 따를 경우 피고인들이 나눠가진 돈이 1인당 3천만원 정도에 불과하지만, 서로 공모하여 3억원을 받은 것으로 인정되어 특가법상의 1억원 이상을 받았다는 조항에 해당하여 피고인들은 10년 이상의 징역에 처해지게 된다.

그러나 형법 규정상 판사의 재량으로는 1회만 형을 감경해줄 수 있고, 또한 형법상 3년 이하를 선고할 경우에만 집행유예를 선고할 수 있도록 규정되어 있다. 판사가 피고인들에게 형을 감경해주고 싶어도 5년 밑으로는 낮출 수가 없고 집행유예는 그 자체로 불가능하다.

 

1심은 피고인들이 받은 돈을 모두 합하면 3억원으로 액수가 크지만 개별적으로 나눠가진 돈이 3천만원 정도에 불과하고, 모두 70대 이상의 노령인데다가 진정으로 그 잘못을 뉘우치고 있고, 피고인들에게 특별한 전과도 없으며 일부 피고인들은 국가유공자인 점 등을 참작하여 대부분의 피고인들에게 징역 5년씩을 선고하였다. 1심에서 피고인들에게 가장 낮은 형을 선고함으로써 2심으로서는 더 이상 형을 감경해줄 여지가 없었다.

이에 2심 재판장도 재판을 진행하면서 피고인들의 여러 사정들을 참작하면 좀 더 감경해주고 싶기는 하지만 형법 규정상 1심 형량 밑으로 더 이상 감경할 수가 없다면서 안타까운 마음을 표시하였다. 70대 피고인들은 최후진술을 하면서 하나같이 모두 대성통곡을 하였고, 방청석에 있던 가족들 역시 통곡을 하여 법정은 울음바다가 되었다.

뇌물을 제공하였던 시공사 대표를 2심에서 변호하게 된 필자는 피고인들과 그 가족들에게 미안한 마음에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3주 뒤 2심은 피고인들에게 1심에서 선고하였던 징역형을 그대로 선고하였다. 형법 규정상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다만 2심은 뇌물로 받은 돈을 병과하도록 한 규정에 따라 1심에서 피고인들에게 3억원씩의 벌금을 납부하도록 하였던 것을 납부하지 않도록 유예해 주었다. 3억원의 벌금을 납부하지 못하여 노역장 유치로 다시 구속되는 것이라도 면제해주고 싶은 재판부의 고민과 배려가 느껴졌다.

 

우리 형법 제250조에 규정된 살인죄는 법정형이 사형,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되어 있어 판사가 2년 6개월까지 감경할 수 있고, 집행유예로 풀어줄 수도 있다.

필자는 위 사건을 담당하면서 재개발조합 임원들이 떡값으로 3천만원을 받은 것이 과연 살인죄보다 더 엄하고 중하게 처벌할 범죄인가 하는 점에 강한 의문이 들었다.

 

원래 뇌물죄는 공무원이 그 직무와 관련하여 금품을 수수하였을 때 처벌하도록 규정된 것인데, 처벌의 필요성과 사회적 요구에 따라 특별법을 제정하여 그 적용범위를 공공기관 간부직원, 금융기관 임직원, 재개발조합의 임원들에게까지 확대되었다.

그러나 재개발조합 임원들의 경우에는 공무원 등과는 달리 조합업무를 직업으로 수행하는 것이 아니고, 고정적인 급여를 수령하는 것도 아니어서 공무원과 똑같이 취급하는 것은 다소 무리가 있다. 그리고 재개발조합의 임원들은 직업이 없는 은퇴한 고령의 노인들이 소일거리로 맡는 경우가 많다보니 시공업체들이 떡값이라며 한두 푼씩 건네주는 돈의 유혹을 이겨내기는 쉽지 않은 경우가 많다.

 

그런데 필자는 수일 전 또다른 경기도 모지역 재개발조합의 임원 10명이 시공사로 선정된 공사업체 측으로부터 2년 동안 5차례에 걸쳐 합계 8,500만원의 뇌물을 받았다는 사건을 맡게 되었다. 임원들이 나눠가진 돈은 1인당 850만원에 불과하였다. 그럼에도 임원들이 받은 합계액이 5천만원 이상 1억원 미만인 경우에 해당하여 7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되어있다. 판사가 아무리 감경해주고 싶어도 3년 6개월 이상이어서 집행유예가 불가능하고 최소 3년 6개월을 복역하여야 한다.

떡값 850만원을 받았다가 살인죄보다 더 엄하게 처벌받아야 하는 이 피고인들을 어찌하면 좋을까.

참으로 중하고도 무서운 법이다. 가슴이 답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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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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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영규 2018-12-22 00:56:47

    법의 평등성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되며
    재개발 임원들은 소일거리로 감투를 쓰고 개발을
    추진하면서 특정된 보수도 없이 시공사의 감사하다는 답례와 같은 성질로 뇌물로 보기는 무리가
    있다고 봐야 할것같습니다.

    저는 서울 중구와 성동구에서 34년을 근무하다
    퇴직한 공무원입니다.
    사례금으로 적용해주세요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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