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복지부 초안 질책...청와대 사회수석비서관에 김연명 임명

‘국민연금 개편’ 덜 내고 더 받는 마법 필요한건가

 

문 대통령, 복지부 초안 질책...청와대 사회수석비서관에 김연명 임명

 

“문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정부는 보험료율 인상폭을 줄이거나 아예 올리지 않는 방안을 새로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두 달여 간 총 33차례에 걸친 전국 순회 국민토론회·간담회 끝에 마련한 방안이 백지화되는 셈이다. 가장 큰 난관은 보험료 인상 없이 소득대체율을 높이는 ‘마법’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직후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서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인상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경사노위 출범(사진출처: 청와대)

 

국민연금 개편안을 두고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7일 보건복지부가 마련한 국민연금 개편안 초안에 대해 전면 재검토를 지시한 것은 보험료율 인상을 둘러싼 국민의 반발 때문이다. 문 대통령이 직접 ‘보험료 인상 계획’에 제동을 건 것이다.

정부가 문 대통령에게 보고한 복수의 국민연금 개편안 초안은 모두 보험료율 인상 계획을 담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연금 보험료율은 제도 시행 첫해인 지난 1988년 소득의 3%에서 시작해 1998년부터 지금까지 20년간 9%에 묶여있다. 반면 저출산·고령화·경제성장률 둔화에 적립기금 고갈 시점은 빨라지고 있다. 지난 8월 정부 자문기구인 국민연금재정계산위원회는 현행대로 유지되면 적립기금이 5년 전 계산보다 3년 더 앞당겨진 2057년에 소진될 것으로 보고 보험료율 인상을 권고했다.

 

2057년 적립기금 소진

이에 따라 정부는 보험료율을 12~15%까지 올리는 안을 복수로 마련했고, 이와 함께 기초연금을 장차 40만원까지 올리는 안도 함께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인상폭은 소득대체율(가입자의 생애 평균소득 대비 연금수령액의 비율) 조정에 따라 다르지만 보험료를 더 내자는 건 모두 같다. 이에 보험료 인상에 반대했던 국민들은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불투명한 국민연금 기금운용에 대한 불신까지 겹쳐 “차라리 국민연금을 폐지하자”는 주장도 다시 커졌다.

 

정부, 폭탄 돌리기?

문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정부는 보험료율 인상폭을 줄이거나 아예 올리지 않는 방안을 새로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두 달여 간 총 33차례에 걸친 전국 순회 국민토론회·간담회 끝에 마련한 방안이 백지화되는 셈이다. 가장 큰 난관은 보험료 인상 없이 소득대체율을 높이는 ‘마법’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직후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서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인상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정부가 또 한 번 ‘폭탄 돌리기’를 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커진다. 가파른 저출산·고령화로 보험료 인상을 미룰수록 후세대의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어서다. 국민연금재정추계위원회에 따르면 국민연금 체계를 수술하지 않으면 미래세대는 소득의 38% 이상을 보험료로 내야 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소득대체율 50%’ 김연명 임명

청와대 사회수석에 국민연금 전문가 김연명 중앙대학교 사회복지학부 교수가 임명돼 정부가 새롭게 내놓을 개편안에 관심이 쏠린다. 9일 문재인 대통령이 김연명 교수를 사회수석으로 임명한 것은 ‘국민 눈높이’로 국민연금 개편을 추진하라는 뜻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김 수석은 소득대체율을 올려야 한다고 꾸준히 주장해 왔다. 2020년까지 소득대체율을 50%로 올려 국민연금을 평균 65만원으로 만들고, 기초연금을 더해 국민 노후 소득을 100만원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한다는 것이다.

보험료율을 많이 올리는 것에 대해서는 비판적인 입장이었다. 보험료율을 크게 높이지 않는 선에서 보장성 강화가 이뤄져야 한다는 의미다. 김 수석은 부과방식으로 전환된 후 보험료율이 급격히 오르는 것을 막기 위해 부족한 부분은 국가 재정에서 충당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문 대통령의 개편안 ‘주문’과 맥을 같이 한다.

 

경사노위 출범...국민연금개혁특위, 매주 회의 연다

대통령 직속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산하 ‘국민연금 개혁과 노후소득보장 특별위원회’가 회의를 매주 열기로 했다. 당초에는 격주마다 회의를 갖기로 했지만,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기까지 시간이 빠듯하다는 판단에 따라 일정을 바짝 조이기로 했다.

사회적 대화 최고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가 22일 공식 출범했다. 지난 6월 경사노위법이 공포돼 법적근거가 마련된 지 4개월여 만이다. 경사노위 출범으로 국민연금 개편, 고용위기 등 핵심 노동현안에 대한 사회적 대화가 시동을 걸 것으로 보인다. 경사노위 수장은 문성현 위원장이지만, 문 대통령이 참석하고 직접 청와대에서 출범식을 주최하면서 경사노위에 힘을 실어주는 것으로 풀이된다.

경사노위 참여 주체는 △노동계 5명(한국노총, 민주노총, 비정규직, 여성, 청년) △경영계 5명(경총, 대한상의, 중소기업, 중견기업, 소상공인) △정부 2명(고용노동부, 기획재정부) △경사노위 2명(위원장, 상임위원) △공익위원 4명 등 총 18명이다. 하지만 민주노총은 참여 여부를 결정하지 못해 일단 17명의 위원이 참석한 상태로 출범했다.

 

한국당, “경사노위 편향된 인식 우려”

경사노위가 공식 출범하는 것에 대해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당과 정부는 경사노위 합의 사항을 가급적 존중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자유한국당은 경사노위 출범과 관련, “최근 경사노위 위원장을 비롯한 위원회의 행보를 보면 우려부터 앞선다.”고 지적했다.

윤영석 한국당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현재 우리사회에는 탄력근로제 확대, 최저임금 및 국민연금 개편,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 등 노사정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야 하는 굵직한 경제사회적 과제가 산적해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문성현 경사노위 위원장은 최근 명분 없는 총파업으로 국민적 지탄을 받고 있는 민주노총 총파업에 대해 ‘잘한 일’이라고 두둔했다”며 전날 문 위원장의 발언을 질타했다.

그는 또한 “최근 경사노위 공익위원들이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에 대한 비준과 관련되어 해고자, 실업자의 노동조합 가입 및 활동을 인정하라는 권고안을 내놓자 국내노사관계의 특수성을 무시한 결정이라며 경영계는 크게 반발하고 있다”면서 “이 같은 경사노위의 편향적이고 일방적인 친노조 행보를 지켜보면서 대화를 통해 대립적 노사관계를 해소하고 다양한 사회적 갈등요인들에 대한 구성원들의 공통분모를 찾아가는 경사노위 본연의 역할에 벌써부터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경계했다.

 

복지부, 노인복지정책 확대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유재중 자유한국당 의원의 질의에 “늦어도 올해 안에는 개편된 국민연금 제도안을 국회에 제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능후 장관은 국민연금 개편과 함께 ‘지역사회통합돌봄(커뮤니티케어)’ 등 노인복지정책 확대를 함께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박능후 장관은 또 ‘지역사회통합돌봄(커뮤니티케어)’ 정책의 규모를 확대해 노인복지를 강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지역사회통합돌봄은 주민들이 사는 집에서 개개인의 욕구에 맞게 의료 및 복지 제도를 누리고 지역사회와 함께 어울려 살아갈 수 있도록 주거, 보건의료, 요양, 돌봄, 독립생활을 통합적으로 지원하는 사회서비스정책이다.

 

국회, “보험료율 올려야”

국민연금 제도 개편의 키를 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여야 의원들은 정부의 개편안에 대해 “여러 가지 의견을 수렴해 재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부 위원은 ‘적립식’에서 ‘부과식’으로의 전환을 주문했다. 9일 한 매체가 국회 보건복지위 의원들을 대상으로 연금 개편 방향에 대한 의견을 물은 결과다.

오제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보험료율을 올리지 않고는 소득대체율 45%를 유지하는 것도 불가능하다”며 “구조 자체가 지속 불가능하다. 이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을 검토해야 하는데 단순히 보험료 인상, 대체율 상향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오 의원은 “이대로 가면 국민연금은 2057년에 고갈된다. 2030 세대들이 60세가 되면 연금이 고갈되는 것”이라며 “젊은 세대가 낸 돈으로 노인 세대가 연금 혜택을 받고 있는데 젊은 세대들이 얼마를 내고, 얼마를 받는지가 계산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 의원은 “현행 ‘적립식’ 방식이 아닌 ‘부과식’으로 전면 개편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부과식은 당대의 근로자들에게 세금처럼 보험료를 거둬 당대의 은퇴자들에게 연금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자유한국당 간사인 김명연 의원은 “정부가 5년에 한 번 내는 연금개편안 제출 시기를 국회에서 한 달 미뤄 주기까지 했는데, 대통령에게 퇴짜를 맞았다. 이런 상황에서 무슨 의견을 내겠느냐”고 했다. 바른미래당 간사인 최도자 의원도 “복지부의 종합 운영 계획안 발표와 국회 보고를 받으면 면밀히 검토하겠다”고 했다.

바른미래당 김관영 원내대표는 국민연금 개혁안을 두고 “기성세대와 미래세대 사이 이익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 최소한의 도덕적 책임”이라며 “연금의 소득대체율을 올리면 보험료율도 올라갈 수밖에 없다는 점을 인정하고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대통령은 국민연금을 놓고 분명한 정책을 제시해야 하고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도 진지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국민연금 보험료 소득의 9→6%로”

최근 한 토론회에서 국민연금 보험료를 소득의 9%에서 6%로 내리면서 급여방식을 낸 만큼 받는 확정기여형으로 개편하자는 주장이 제기됐다. 또 인하분 중 2%를 연금세로 거둬 기초연금 재원으로 활용해 소득의 재분배 효과를 확대해야 한다고도 했다.

한국납세자연맹과 사회디자인연구소, NGO 협동하는 사람들, 김용태 국회의원이 28일 공동 주최한 열린 국민연금 토론회에서 ‘누가 내 연금을 죽였나’의 저자 김형모 씨는 이런 내용의 주제 발표를 했다. 김씨는 현 국민연금은 소득대체율을 보장하는 확정급여형 연금제도이자 ‘저부담 중급여’로 재정 불안과 후세대에 막대한 부담을 초래하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그는 높은 급여를 받고 안정적인 직장생활을 하는 이들에게 가장 유리하고, 대다수 서민에게는 9%라는 보험료율이 부담된다고 주장했다. 김씨는 우선 보험료율을 9%에서 6%로 내려 국민 부담을 줄이고 연금 지급을 본인이 낸 보험료 납입액에 이자만 더한 수준만 주는 확정기여형으로 변경하자고 제안했다. 현재와 같이 소득의 일정 수준을 보장해주는 확정급여형이 유지되는 한 미래세대에 부담을 줄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김씨는 인하분 3% 중 2%는 연금세로 전환하자고도 했다. 연금세로 부과하면 국민연금보다 더 납부 범위를 넓혀 재원을 효과적으로 마련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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