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손보 매각...KB금융지주 “인수 계획 없다”

롯데, 금융업에서 손 뗀다

 

카드·손보 매각...KB금융지주 “인수 계획 없다”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

롯데그룹이 금융계열사인 롯데손해보험과 롯데카드를 매각키로 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항소심에서 집행유예 판결로 풀려난 뒤 지주사 체제 전환에 필요한 금융계열사 매각에 본격적으로 착수한 것으로 관련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금융업계에서는 롯데손보와 롯데카드 인수 후보로 우리금융지주·KB금융지주 등이 거론하고 있지만, 이들 금융지주는 "인수계획이 없다"고 밝히고 있다.

 

금산분리 대응

롯데지주는 지난 27일 "롯데는 지난해 지주회사 체제 전환 이후 일반 지주회사가 금융 계열사를 소유할 수 없다는 금산분리 원칙에 대한 대응책을 고심한 끝에, 그룹 내 금융계열사 중 롯데카드와 롯데손해보험을 외부에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롯데지주는 "이들 회사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더 큰 성장과 도약을 이룰 수 있도록 도와줄 최적의 인수자를 신중하게 검토해 선정할 계획"이라며 "무엇보다 롯데와 전략적 방향을 같이 하면서 롯데 임직원들을 보호하고 존중해 줄 인수자를 찾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정거래법상 일반 지주회사는 금융회사 주식을 보유할 수 없기 때문에 롯데가 지주사 체제를 완전히 갖추기 위해서는 롯데손해보험, 롯데카드 등 금융 계열사들을 정리해야 하는 상황이다. 롯데지주는 롯데카드 지분을 93.8% 보유한 최대주주로 등재돼 있다. 롯데는 신동빈 회장 석방 이후 지난달 식품, 유통 부문에 이어 롯데케미칼 등 화학 부문을 롯데지주 자회사로 편입하면서 지주사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어려운 결정”

보험업을 계속 영위할지 여부를 놓고 고민하다가 최종적으로 포기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롯데그룹의 롯데카드 매각 결정은 업계에서는 의외로 받아들이고 있다. 증권사 출신의 신동빈 회장이 평소 금융과 유통의 시너지를 강조해왔고, 10년 넘게 금융업을 해왔기 때문이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금융인 출신의 신 회장은 금융과 유통 간의 시너지를 강조해왔고 금융업에 각별한 애정을 갖고 왔다"면서 "가급적 금융 계열사를 갖고 가는 방안을 고심했지만, 공정거래법이 지주회사의 금융회사 지분 보유를 원천적으로 금지하고 있어 어쩔 수 없이 포기하게 됐다"고 전했다.

롯데카드 매각이 의외라면 롯데손해보험은 롯데카드와의 동반 매각 대상으로 꼽혀 이번에 정리 대상에 올랐다. 롯데손해보험은 공정거래법상 일반지주회사의 금융계열사 지분 보유 대상이 아니다. 롯데손해보험은 호텔롯데와 부산롯데호텔이 각각 23.68%, 21.69%의 지분을 들고 있다. 규제 이슈로 지분을 정리해야 하는 곳은 아니라는 뜻이다.

규제 문제라기보다는 손해보험업에 대한 고민이 있었다. 롯데손해보험은 시장점유율이 3% 수준에 불과하다. 더구나 IFRS17 도입을 앞둔 상황에서 장기보험만으로 경쟁력을 계속 유지하기가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롯데손보는 직접적인 규제 때문이 아니라 업의 본질에 대한 고민에서 경영권을 정리하기로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보험업계에서는 롯데그룹이 오래전부터 롯데손해보험 매각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문이 끊이지 않았다. 이 때문에 롯데그룹이 일부 금융지주회사와 롯데카드 매각 협상을 벌이면서 롯데손해보험까지 동반 매각 의사를 전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매각 성사 가시밭길

롯데그룹이 롯데카드·손해보험 매각을 공식화했지만 매각 성사까지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카드업과 보험업 성장성이 정체돼 있고, 정부 규제 여파로 수익성도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관련 업계에서는 금융그룹으로의 인수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지만, 롯데카드와 롯데손해보험의 업계내 시장지위가 높지 않아 얼마나 적극적인 인수 의지를 보일지가 관건이다.

최근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올 상반기 기준 롯데카드의 카드자산(신용판매액+현금서비스+카드론 등)은 9조4000억원, 신용카드회원(산용가능회원 기준)은 703만명을 보유하고 있다. 총 이용실적 기준 시장점유율은 9.2%로 중위권 카드사에 해당한다. 재무안정성도 양호한 편에 해당한다.

하지만 롯데그룹의 광범위한 유통망에 기반한 연계영업을 통해 영업력을 확보한 만큼 타계열이나 금융그룹으로 인수될 경우 영업기반이 일부 훼손될 수밖에 없다. 다만 매각을 하더라도 롯데그룹과 마케팅 제휴를 어떻게 하는지에 따라 달라질 수는 있다. 즉 연계영업 의존도와 매각에 따른 여파 등은 인수자 입장에서는 가장 큰 고려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롯데카드에 따르면 내부거래 수익 비중은 지난해 기준 13.8% 수준이다.

또한 최근 카드 수수료 인하 등 정부 규제 강화로 카드산업 자체의 수익성이 악화하고 있는 점도 걸림돌이다. 올 상반기 카드사 순이익은 전년 대비 31.9% 줄어든 9669억원을 기록했다. 여기에 추가 1조4000억원 규모의 수수료 수익이 줄어들 상황이다. 롯데카드 올 상반기 기준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6.1% 감소한 775억원을 기록하는 등 영업익 악화가 지속되고 있다.

 

열악한 롯데손보

롯데손보의 사정은 더 열악하다. 잠재적 보험사 매물이 많은데다 하위권의 시장 지위와 열악한 자산건전성이 발목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 올 3분기 말 RBC비율은 157.63%로 작년 말보다 12.49%포인트 하락했다. RBC비율 150% 수준으로 관리를 해오고 있는 롯데손보는 오는 2022년 새로운 회계기준인 IFRS17 도입을 앞두고 있어 인수자 입장에서는 추가 자본확충 부담도 있다.

롯데손보는 10개 일반손해보험사 중 3.1%의 시장점유율로 하위권의 시장지위를 보이고 있다. 무엇보다 손해율이 업종평균에 비해 7%포인트 가량 높아 수익성에 부정적이다. 원수보험료의 70% 가량을 차지하는 장기보험과 약 20% 비중의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평균 대비 높아서다.업계 관계자는 “금융그룹의 경우 비은행계열사의 영업력을 확보할 수 있는 만큼 주요 잠재인수 후보군으로 떠오르고 있다”면서 “롯데그룹이 그룹 지배구조를 위해 금융사들을 매각해야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인수자들과 매각가격 눈높이를 맞추는 것이 관건일 것”이라고 말했다.

주요 인수 후보군으로는 우리금융을 유력하게 점치고 있다. 우리금융은 내년 초 지주사 전환 후 비은행 계열사 인수에 나설 계획이다. 우리카드를 보유하고 있지만 시장 지위는 높지 않은 편이고 보험사는 보유하고 있지 않다. 우리은행은 롯데그룹의 유통망을 확보할 수 있는 만큼 나쁜 선택은 아니다. 다만 매물 매력도가 크지 않은 점은 걸림돌이다.

 

KB금융지주 “인수 계획 없다”

KB금융지주는 매각이 공식화된 롯데카드와 롯데손해보험에 대해 '인수 검토 계획 없다'는 반응이다. KB금융지주 관계자는 27일 "롯데카드·손보에 대해선 인수 검토 계획이 없다는 게 기본적인 입장"이라며 "롯데그룹에서 아직 공식적으로 보내온 것은 없다"고 말했다.

KB금융은 자본규모가 넉넉해 인수자금 동원능력이 금융지주회사들 중에서 가장 좋은 곳으로 알려졌다. 그렇다 보니 금융회사 인수합병(M&A) 주체로 자주 거론된다. 경쟁사인 신한금융이 오렌지라이프(옛 ING생명) 인수로 외형상 KB금융을 앞지르고 순이익 또한 추월할 기반을 마련한 상태라는 점도 요인으로 꼽힌다. 현재 KB금융은 KB국민카드와 KB손보를 자회사로 두고 있다. 카드는 업계 2~3위, 손보는 업계 4위 수준이다. 롯데카드나 롯데손보를 가져오면 시장지위 상승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NH농협금융지주도 매물로 등장한 롯데카드와 롯데손해보험에 대해 인수의향이 없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자본비율이 낮은 상태에서 무리하게 롯데카드·손보를 인수합병(M&A)할 유인이 적다는 판단이다. 농협금융은 보험·카드보다 리츠운용, 부동산신탁 등에 더 관심을 두고 있다.

농협금융지주는 이미 카드사업부서와 손보사를 두고 있다. 농협카드는 농협은행 내 CIC(Company in Company)형태로 사업 중이다. 애초엔 카드사 분사를 고려했지만 카드업황 악화를 감안, 은행 내에 사업부문으로 두고 별도법인 수준의 독립성을 보장하는 형태다. 농협카드의 사업규모는 상당히 큰 편이다. 카드사용액 기준 시장점유율은 4위로 롯데카드를 웃돌고 있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지주 내부적으로는 롯데카드 M&A 효과가 의문시되고 있다.

자본확충을 위해선 유상증자를 받거나 신종자본증권 등을 발행해야 하는데 모회사인 농협중앙회는 지주를 상대로 증자를 해준 적이 없다. 자본증권의 경우 농협금융의 이중레버리지비율(자회사 지분가액/모회사 자기자본) 악화와 재무적 부담을 가중시키는 요인이다. 아울러 자동차보험은 흑자가 나기 어려운 시장이 된지 오래며 퇴직연금도 출혈경쟁 등으로 기존 플레이어들이 이탈하고 있다. 농협금융은 오히려 리츠운용과 부동산신탁업 신규인가에 관심을 두고 있다. 금융당국이 부동산신탁업 진출 문턱을 낮추고 있는 지금을 호기로 여기고 있다.

 

BNK금융지주, 인수 검토 가능

반면, BNK금융지주는 롯데카드와 롯데손해보험 인수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김지완 회장 취임 이후 비은행 부문 강화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인 BNK지주는 롯데그룹에서 금융 계열사 인수 의견을 공식적으로 타진해올 경우 긍정적으로 검토할 예정이다.

현재 BNK지주는 부산과 경남은행을 중심으로 증권, 캐피탈, 저축은행, 자산운용 등 8곳을 자회사로 두고 있다. 그룹 자산과 순익은 대부분 은행 부문에서 비롯된다. 3분기 기준 비은행 부문 순익 비중은 12.1%에 불과하다. 비은행 부문 강화를 위해서는 M&A를 통해 사업포트폴리오 다각화가 요구되는 상태다.

BNK지주는 롯데손보 인수에 높은 관심을 두고 있다. 부산 경남 지역에 근거지를 둔 중소기업 고객이 많다는 점에서 손보사를 인수할 경우 상당한 시너지 효과를 누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롯데손보 규모가 결코 작지 않고 강한 지역색을 충분히 반영할 수 있어 현실적으로 M&A를 통해 사세를 키우기에도 나쁘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롯데그룹은 국민연금에 이어 BNK지주 2대 주주이기도 하다. 양사가 전략적 제휴 관계를 지속적으로 유지하고 있다는 점도 M&A에 긍정적인 요인으로 지목된다.

BNK지주 관계자는 "김지완 체제가 돌입한지 1년이 지난 만큼 BNK지주가 안정기에 접어들었다"며 "특히 대규모 부실채권 매각과 상각을 통해 그룹 자산건전성이 개선됐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M&A에 뛰어들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3천4백여 임직원 구조조정 우려

한편, 김창권 롯데카드 대표와 김현수 롯데손보 대표는 최근 각각 임직원들에게 매각의 불가피성을 알리는 글을 보내고, 최적의 인수자를 찾아 고용안정과 처우보장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양사의 임직원은 각각 1700명 정도다. 롯데손보, 롯데카드 양사의 직원들은 매각 이후 인력 구조조정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직원 고용승계 등 근로관계는 회사의 새로운 주인 결정에 따라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인수자 입장에서는 인수 이후 인력 감원에 따른 잡음을 최소화하기 위해 사전에 몸집을 줄일 것을 요구할 수도 있다. 만약 당장 마땅한 인수 후보가 없어 매각 작업이 장기화될 경우 롯데그룹이 매각 성사를 위해 선제적인 구조조정을 단행할 여지도 있어 양사 직원들의 불안감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저작권자 © 시사경제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