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수 증원·한국당 미온적 입장 과제…특권 내려놓는 결단 중요

바른미래당 손학규(앞줄 왼쪽부터), 민주평화당 정동영, 정의당 이정미 대표 등이 연동형 비례대표제 촉구 집회에서 구호를있다 외치고 있다.

 

선거제 개편과 개헌이 정치권의 당면현안으로 대두됐다. 여야가 국회의원 선거제도를 올 1월에 합의 처리하기로 한 것이다. 선거법이 통과되고 나면 개헌도 논의한다는 계획이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골자로 한 선거제 개편을 내걸고 손학규 바른미래당,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지난 해 12월 9일 동안 단식까지 했다.

무엇보다 5천만 국민을 골고루 대변하는 표의 등가성(等價性)을 대폭 강화하는 게 올바른 방향이라는 데 정치권은 대체적으로 동의하고 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 혹은 독일의 정당명부식 비례제가 대표적 방안으로 꼽힌다. 정당이 받은 표만큼 의석을 나누니 공정하다. 지난해 말 문재인 대통령을 만난 문희상 국회의장의 전언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다른 생각은 없다. 똑같이 동의한다. 선거제도는 개혁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득표율에 비례하는 의석수 방식이 원칙에 훨씬 더 맞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언급했다.

선거제도 개혁을 통해 ‘민심 그대로의 국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데 민심도 동의하고 있다. 지역주의나 소선거구제의 한계를 넘어서서 대표성을 높이는 선거제도 개혁의 실현이다. 물론 1년 4개월 앞으로 남은 21대 총선에서 이 같은 안들이 현실화되기 위해선 올 상반기 안에 개헌이 수반돼야 한다. 그래야 비례성과 대표성을 강화하는 선거제도 개혁이 가능하다.

우리 정치는 제왕적 대통령제와 중앙집권적 정치체제, 소선거구제 등으로 인해 극단적인 정쟁이 일상화 됐다. 국가적 정책현안을 함께 토론하고 책임지는 정치가 실종돼 정치 회복과 민생을 위해서도 개헌이 추진돼야 하는 것이다.

 

국회의원 수와 반대로 의원 세비 OECD 최상위권

 

여기서 참고할 만한 자료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안이다. 선관위는 2015년 2월, 헌법재판소가 선거구의 인구편차를 줄이라는 결정(2014년 10월)을 내린 것을 계기로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일종인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을 국회에 제안했다. 현행 국회의원 정수는 지역구 253명, 비례대표 47명으로 비례성이 낮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선관위 안은 의원 정수 300명을 권역별 인구비례로 배분하되, 지역구와 비례대표 비율을 2대 1 범위에서 정하자는 것이다.

난제는 지역구를 200명으로 줄여야 하는데 선거구 재획정이다. 그래서 의원 정수를 늘리자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국민 반대가 만만치 않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tbs 의뢰로 전국 성인 502명을 대상으로 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4.4%포인트)한 결과, 세비와 특권을 대폭 감축하는 것을 전제로 의원정수를 일부 늘리는 데 대해 59.9%가 반대한다고 답했고, 찬성한다는 응답은 34.1%에 그쳤다. 국회에 대한 불신이 쌓였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인구 대비 의원 수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에 맞추려면 514명, OECD 회원국 중에서도 단원제 국가 평균(6만2천명당 1인)에 맞추려면 802석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한국국제정치학회 김도종·김형준 교수는 2003년 발간한 ‘국회의원 정수 산출을 위한 경험연구: OECD 회원국들과의 비교, 분석을 중심으로’에서 총인구와 국내총생산(GDP) 규모, 중앙정부 예산과 중앙공무원 수 등을 고려해 산출한 우리나라 국회의원 적정 규모는 368~379명 수준이라고 밝힌 바 있다.

결국 ‘명예직 수준 유지’ 등 특권을 과감히 내려놓는다면 긍정적으로 검토할 만하다. 사실 국회의원 수와 반대로 의원 세비는 OECD 최상위권이다. 2015년 서울대 행정대학원 정부경쟁력연구센터가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의원 세비는 1인당 GDP의 5.27배로 34개 회원국 중 일본(5.66배)과 이탈리아(5.47배)에 이어 세 번째로 많았다.

반면 법안 발의·처리 건수 등 각종 지표와 설문조사를 통해 측정한 ‘보수 대비 의회의 효과성’은 비교 가능한 27개국 가운데 26위로 이탈리아에 이어 두 번째로 낮았다.

보수 대비 의회의 효과성이 2위인 스웨덴이나 5위인 덴마크는 의원 전용차가 아예 없고, 의원 두 명당 한 명의 비서가 있을 뿐이다. 영국, 캐나다 등은 세비를 별도 기구에서 정하고, 의회는 이를 거절할 수 없게 돼 있다.

 

선진국형 선거제도 개선 합의토록 속도 내야

 

국회사무처가 2016년 발간한 ‘제20대 국회 종합안내서’에 따르면 의원 1명에게 지급되는 세비는 연 1억3천796만원이다. 이밖에 사무실 운영비, 차량 유지비와 유류대 등 의정활동경비 명목으로 연간 9천251만원이 별도로 지급돼 의원 본인에게 지급되는 금액만 한해 2억3천48만원에 달한다. 여기에 가족수당, 자녀학비 보조수당 등 각종 수당을 포함하면 실수령액은 더 늘어난다. 의원 1명당 8명까지 둘 수 있는 보좌진의 보수와 인턴 보수까지 합하면 의원 1명에게 지원되는 예산은 연간 최소 6억7천600여만원으로 추산된다.

설상가상 세비가 올해부터 1.8% 오른다. 이에 따라 지난해 평균 663만원이었던 일반수당은 올해 675만원 수준으로 높아졌다. 여기에 관리업무수당, 입법활동비 등도 인상률에 연동해 증액된다. 또 사무실운영비(50만원), 차량유지비(35만8천 원), 유류대(110만 원) 등 지원 경비가 월 195만8천원에 이른다. 결국 ‘연봉’의 규모가 올해 1억4천만원 수준에서 1억6천만원대로 14.3% 가량 증가하는 셈이다.

이런 이유로 국회가 특권을 과감히 내려놓는다면 증원도 긍정 검토할 만하다는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 여야는 과감한 의원 특권 내려놓기를 전제로 연동형 비례대표제와 정수 증원 도입 등 선진국형 선거제도 개선에 합의토록 속도를 내야 한다는 주문이다.

관건은 제1야당 자유한국당의 동의 여부다. 선거제도 개혁을 위해 5당이 사인한 바 있는데 한국당 의원총회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군소정당 이익을 위해 설계된 제도로 저지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이 주를 이루는 등 ‘반대 기류’가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한국당은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합의된 것이 아니다’, ‘권력구조와 동시에 논의돼야 한다’는 등 합의문서에서 완전히 빗겨난 주장이 제기되고 있는 현실이다.

개헌은 해야 한다. 차제에 지방분권도 담아야 한다는 요청도 강하다. 지방분권 강화를 통해 국가의 기능회복과 혁신, 지역발전이 시급히 추진돼야 하는 것이다. 현재의 헌법은 중앙정부의 역할과 권한을 과도하게 규정해 중앙정부의 비대화를 가져온 반면 지방자치단체를 중앙정부의 하급 기관화하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 여하튼 올해는 이래저래 뜨거운 정치의 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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