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산업 발전 위한 퍼스트 무버에 목표 두고 추진해야

청와대에서 열린 첫 확대경제회의에서 참석자들이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2019년도 경제정책 방향을 듣고 있다.

새해 들어 ‘무기력증’에 빠진 한국 경제를 살리기 위한 정부의 정책 전환이 가시화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최저임금 인상·노동시간 단축 등 정부의 핵심 경제정책과 관련, 필요한 경우 보완조치도 함께 강구해야 한다고 지난 해 12월 언급한 이후 분위기가 바뀌고 있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가 지난 해 5월 최저임금 속도조절론을 처음 제기할 당시 쓴 ‘수용성’이라는 단어를 처음 사용해 주목되고 있다. 소득주도성장 원칙을 지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현재의 엄중한 경제상황을 고려하는 가운데 유연한 태도를 가지고서 경제주체들이 서로 양보하고 감내할 수 있는 타협을 하는 것이 요구된다는 시사로 읽혀지고 있다. 긍정 평가할 만한 정책 전환 의지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사실 한국 경제의 근본 패러다임 변화가 시급하다는 게 경제산업계의 일반적 의견이다. 자동차와 조선산업은 흔들린 지 오래됐고, 잘나가는 반도체는 중국의 추격세가 매섭다. 이럼에도 불구하고 미래를 이끌 ‘교체선수’가 없어 신산업은 실종되는 현실이다.

한국 성장률은 해마다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중이다. 국내외 연구기관들이 어두운 전망들을 쏟아내고 있는 게 이 사실을 잘 보여주고 있다. 한국은행은 2019년 경제성장률을 2.7%로 하향 전망했다. 아시아개발은행(ADB)은 한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3.0%에서 2.8%로 낮췄다. 미국·중국 간 무역분쟁 등에 따른 수출 감소가 성장률을 끌어내릴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심지어 2.5%까지 낮춰 잡은 경제 전망도 힘을 얻고 있을 정도다.

앞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올해 성장률 전망 역시 3.0%에서 2.8%로 내려 잡았다. 골드만 삭스, 노무라, UBS 등 해외 투자은행(IB)들도 당초 3%로 예상했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7%, 2.8%, 2.9%로 하향 제시했다.

 

기업 입장 충분히 감안하는 정책 펴야

 

우리 경제가 ‘깊은 수렁’으로 빠져드는 주된 이유로는 30년째 반도체를 앞세운 전자와 자동차·조선에 의존하는 경제구조를 꼽을 수 있다. 더구나 이들 주력산업이 휘청거리는 가운데 넘치는 규제에 신산업마저 자리를 잡지 못하면 한국의 성장 사다리 자체가 위태로울 수 있다. 설상가상 노사관계 경직성이 조기 해결 전망마저 어둡게 하고 있다. 세계경제포럼(WEF)은 한국 노동시장을 73위로 낮게 평가했다. 대기업 정규직 노조 중심의 강력한 기득권을 깨뜨리지 못한 채 노동시장 이중구조가 고착화하며 노동시장은 한 치도 앞으로 나가지 못한 것이다.

이런 실정이기에 한국경영자총협회와 대한상공회의소 등 17개 경제단체들은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안’ 자체를 반대하고 나섰다. 경제단체들은 근로시간에 소정근로시간 외 주휴수당 등 유급 처리된 시간을 추가로 포함시켜 기업의 인건비 부담을 더욱 가중시킨다고 지적하고 있다. 사실 정부가 마련한 최저임금법 시행령 일부 개정안은 기존 ‘소정 임금(분자)’을 ‘소정근로시간(분모)’으로 나누던 최저임금 시급 산정방식에 ‘소정근로시간 외에 유급처리 된 시간’까지 적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실제로 근로를 하지 않았는데도 임금을 지급(주휴수당 등)하는 가상의 시간까지 ‘분모’에 포함시킴으로써 시간당 최저임금 수준이 20~40%가량 낮게 평가되는 것이다. 이 개정안이 적용되면 기존 최저임금법 체계 하에서는 최저임금을 준수하던 사업주들도 임금을 20~40% 올려주지 않을 경우 범법자가 된다.

문제는 정부가 대법원 판결을 피해가기 위해 시행령 개정이라는 편법을 사용한다는 점이다. 그동안 정부는 행정지침을 통해 주‧월급을 ‘소정근로시간에 유급처리 된 시간을 합산한 시간’으로 나눠 최저임금 위반 여부를 감독해 왔다. 이에 최저임금의 지속적 인상으로 부담이 커진 기업들이 제기한 소송에서 대법원은 일관되게 유급처리 된 시간을 제외하고 ‘소정근로시간’만으로 나눠 위반 여부를 판단하라며 기업의 손을 들어줬음에도 정부가 이를 비켜가고 있다는 게 경제단체들의 주장이다. 정부는 무리한 산정방식을 무효화시킨 대법원의 판결 취지를 받아들이는 게 순리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배적 의견이다.

현 정부 약속처럼 2020년 최저임금 1만원 목표로 인상할 경우 실업률도 높아질 수밖에 없다. 올해 최대 8만4천명, 내년에 최대 9만6천명, 내후년에 최대 14만4천명의 고용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런 현실에서 설상가상 노동계는 애초 정부 목표보다 1년 앞당겨 올해부터 최저임금을 1만 원 수준인 1만790원으로 43.3% 대폭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계 상황에 영세상공인들은 ‘최소생존권 사수’를 내걸고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도 최저임금 인상 속도가 시장의 기대보다는 빨랐고, 그래서 몇몇 민감한 업종의 일자리에는 영향이 있었다고 평가한 만큼 기업의 어려운 입장을 충분히 감안하는 정책을 펴야 한다는 여론이 힘을 얻고 있다.

한편 정부는 4차 산업혁명에 과감한 규제 혁파를 단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세계를 주도하는 신산업 발전을 위한 퍼스트 무버에 목표를 두고 정책을 시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산업계에서 여러 시도가 있었지만 법과 제도에 막히는 사례가 비일비재했다. 의료와 정보기술(IT) 분야 강국이지만 법·제도 미비로 아직 활성화되지 않는 것은 대표적인 사례다. 우리가 빠르게 변하지 않으면 기회를 놓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여론이 갈수록 거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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