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세 남성은 웃고, 학생은 울고 지연인출제도가 만든 사연도 가지가지

[박철성 대기자] 힘들게 공부해서 합격한 연세대학교를 등록금까지 냈지만 금융 당국이 보이스피싱 근절과 피해 예방을 위해 100만 원 이상을 통장으로 보내면 자동화기기(CD·ATM)에서 30분간 돈을 찾을 수 없게 2012년 6월 도입한 자동화기기(ATM) 지연인출제도로 정문에 발도 디뎌보지 못하고 불합격당한 기가 막힌 어느 학생의 사연이 지난 2월 14일 뉴스에 올라와 떠들썩했다. 그 학생은 등록금 납부 마감일인 오전 10시20분쯤 근처 우체국을 찾아 등록금 납부를 시도했다.그런데 그에 앞서 학생의 부모는 카드계좌로 등록금 400여만원을 입금했다. 그러자 입금시간 이후 30분 동안 이체가 불가능한 지연이체 제도가 발동됐다. 그날 오전 10시35분 이후부터 등록금 이체가 가능했기에 오전 10시20분에 시도한 등록금 이체는 실패했다. 하지만 납부가 제대로 된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가 됐다고 여겼다. 그러다 오후 1시46분쯤 피해 학생에 문자로 통보가 왔다. 등록금이 미납되었다고 했다. 급히 서둘러 입금을 시도하였으나 결국 등록금 입금 마감시간인 4시를 넘겼다. 연세대는 원칙대로 형평성문제를 들어 불합격을 취소하지 않았다.

이렇게 한 학생의 인생을 한 순간에 암흑 속으로 빠뜨린 지연이체제도가 이번에는 반대로 암흑 속에 빠졌던 사람을 구해내서 화제다.  

그런데 이에 앞서 지난 2월 19일 보이스피싱에 속아 전세자금 5천만원을 고스란히 빼앗길 뻔 했던 50대 남성 B씨는 자동화기기(ATM) 지연인출제도로 화를 면했다. 이미 B씨는 자신의 계좌번호와 카드번호까지 알려주고, 전세자금으로 마련해둔 5천만원도 이체를 한 상태였다. 하지만 곧 수상한 느낌에 112로 신고를 했고 경기도 파주경찰서는 곧바로 전국에 공조수사를 요청했다. 그리곤 경기도 수원지역 은행에서 이 돈을 찾으려던 보이스피싱 인출책 B씨는 은행 직원의 신고를 통해 검거했다고 파주경찰서에서 지난 2월 26일 밝혔다.

파주경찰서 전경

한편 50대 남성 A씨는 19일 자신을 경찰관이라고 소개하는 전화 한 통을 받았다. 그리고는 A씨 본인 명의로 대포폰이 개통돼 대출금 5천만원이 신청됐으니, 돈을 안전한 계좌로 옮겨놓으면 수사가 끝난 뒤 돌려주겠다고 했었다. 이에 경찰 관계자는 "정부 기관이라며 자금 이체를 요구하는 경우 보이스피싱으로 의심해 바로 전화를 끊고 경찰에 신고해 달라"는 말을 부탁의 당부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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