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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림생물조사과의 장계선 임업연구사를 만나다식물이름은 한 번 정해지면 절대 바꾸지 못하는 게 국제적 관습이...우리가 마음대로 바꿀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 박철성 대기자
  • 승인 2019.03.15 2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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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릉수목원을 찾아서-

 

산림생물조사과의 장계선 임업연구사를 만나다

식물이름은 한 번 정해지면 절대 바꾸지 못하는 게 국제적 관습이...우리가 마음대로 바꿀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국립수목원 산림생물조사과 장계선 임업연구사

 

작년 겨울 내내 뉴스에서 떠들던 미세먼지가 봄이 왔는데도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고 계속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렇게 대기가 온통 미세먼지 속에 잠겨 있을 때 광릉수목원을 찾았다. 나무가 우거진 숲이 미세먼지를 흡착시켜 공기를 정화시켜준다는 말을 얼핏 들었기 때문에 갑갑한 가슴을 시원하게 씻고 싶었다.

 

이름 모를 산새 한 마리가 ‘끼약~!’하는 이상한 소리를 내며 날아갔다. 분명 나를 비웃으며 날아갔으리라

 

그런데 아뿔싸, 아직 봄이 오지가 않았다. 도착해서 보니 나무들이 아직까지 전부 벌거숭이들이다. 싱그러운 초록빛깔 나뭇잎은 고사하고 아직 잎눈조차 나오지 않았다. 게다가 사철나무인 소나무조차 가느다란 솔잎들이 물기 빠진 거무죽죽한 모습으로 얼빠진 얼굴로 엉거주춤 서있는 나를 한심하게 내려다보고 있다. 이때 이름 모를 산새 한 마리가 ‘끼약~!’하는 이상한 소리를 내며 날아갔다. 분명 나를 비웃으며 날아갔으리라 하는 의례 짐작이 든다. 하지만 어쩌랴 몸뚱이는 500년간 왕실림으로 엄격하게 관리를 받아오던 광릉 숲 주차장에 와있는데..., 사실 여기까지 온 이유는 이곳 산림청 국립수목원 산림생물조사과의 장계선 임업연구사를 만나러 온 것이다.

오면서 잠시‘푸른 숲속에서 피톤치드 삼림욕을 맘껏 즐기다 와야지’하는 망상에 흐뭇해했었다. 그런데 와도 너무 일찍 왔다. 어쨌든 도착했다는 나의 전화연락을 받은 장계선 연구사는 휴일임에도 불구하고 인터뷰에 응하러 나왔다. 그리고 아무도 출근하지 않은 빈 사무실로 나를 인도하였다. 텅 빈 썰렁한 사무실에 들어서니 오직 좋은 기사를 쓰겠다는 욕심에 휴일임에도 나와 달라고 부탁했던 것이 큰 실례를 범한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5백년간 왕실림으로 엄격하게 관리를 해오던 광릉수목원

산림청 국립수목원 산림생물조사과 장계선 임업연구사

2010년 유네스코 생물권보존지역 등재

 

광릉수목원은 조선조 제7대 세조대왕과 정희왕후가 묻힌 광릉의 부속림 중 일부로 5백년간 왕실림으로 엄격하게 관리를 해오다 1911년 국유림 구분조사시에 능묘 부속지를 제외한 지역을 ‘갑종요존예정임야’에 편입시켰다. 이것이 오늘날의 광릉숲으로 1983년부터 1987년까지 수목원과 산림박물관을 조성하여 1987년 4월 5일부터 일반인들에게 공개했다. 국내 최초 수목원인 광릉수목원은 산림청 산하 임업연구원의 부속기관으로 광릉 주변 약 500ha에 자리를 잡고 앉아있다. 2010년 유네스코 생물권보존지역 등재된 광릉수목원(원장 이유미)에는 6,044종의 식물들이 뿌리를 내리고 있다.

 

장계선 연구사도 이곳 광릉수목원에 10년째 뿌리를 내리고 있다. 그런데 장 연구사가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우리의 예쁜 식물인데 일본어를 번역하거나 차용하면서 이름이 경박해졌다"며 "우리 이름으로 바꾸려는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고 밝혔다고 했지만 사실은 그렇게 말한 것이 아니라는 반론이 제기되어 이를 취재차 찾아온 것이다.

 

며느리밑씻개, 며느리배꼽, 중대가리, 고양이불알(괴불), 개불알, 광릉요강꽃 같은 천박하고 비속적인 이름이 붙은 것도 다 이유가 있을 것이다.

며느리 밑씻개

 

고양이 불알(괴불)
개불알풀

 

장연구사는 기자를 보자마자“식물이름은 한 번 정해지면 절대 바꾸지 못하는 게 국제적 관습이므로 우리가 마음대로 바꿀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며 “며느리밑씻개, 며느리배꼽, 중대가리, 고양이불알(괴불), 개불알, 광릉요강꽃 같은 식물이나 꽃의 이름같이 천박하고 비속적인 단어도 많이 있지만 이렇게 이름이 붙은 것도 다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리고 쉽게 연상이 가는 된장풀, 간장풀, 조개나물, 조밥나물, 숟갈일엽 같은 웃음 짓게 되는 이런 이름들을 오래전부터 우리 조상들이 불러오던 것이다. 그런데 후손들이 마음대로 듣기에 거북하다하여 바꾸어 버리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열변을 토했다.

그러면서 “현재 식물들의 이름들이 무조건 일제시대에 일본 식물학자들이 지어 놓은 것을 그대로 우리가 받아다 쓰고 있는 것도 아니다, 상록성 참나무인 가시나무의 경우 실제로 나무에 가시가 없다. 그런데도 가시라는 말이 들어가 있는 것은 일본어‘가시’를 그대로 사용한 것이라는 주장이 있었지만 동북아생물다양성연구소에서 밝힌 바에 의하면 조선후기 문헌에 가시목이 언급되고 있다. 그러므로 가시나무는 원래부터 우리가 지은 이름이다. 결코 일제 강점기에 일본학자가 지어놓은 이름이 아닌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정말 일본어의 영향을 받은 이름인지 아닌지에 대한 연구가 더 필요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일본인 식물학자가 자신이나 일본인을 기리기 위해 가져다 붙인 이름도 상당히 많다.

 

사실 장연구사의 말대로 지금 불리고 있는 식물이나 나무들의 이름을 우리의 생각과 잣대로 함부로 바꾸는 것은 문제가 있다. 현재 이름의 어원이 전해지거나 알려지지 않은 종이 많다. 그리고 이름에 대한 유래를 분석하기 위해 한글학자나 어문학자들까지 동원하여 연구를 하지만 사실 확실하게 이렇게 해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식물의 이름이 예전부터 구전되어 오던 말이라 현재는 사용하지 않거나 뜻이 변해버린 말일 수도 있으며 지방 사투리로 지어진 이름일수도 있기 때문이다. 거기에다 근대에 들어서면서부터 학명의 속명이나 종속명의 의미를 새긴 이름이거나 아니면 외국어로 된 이름자체를 그대로 번역하여 붙인 이름도 있다. 물론 일제 때 일본인 식물학자가 최초의 채집자인 자신이나 일본인을 기리기 위해 가져다 붙인 이름도 상당히 많다.

 

개불알꽃은 큰개불알꽃, 털개불알꽃, 노랑개불알꽃 등 여러 종류가 있다

 

이에 대해 장연구사는 “식물의 이름에 대한 문제는 비단 이것만이 아니다”고 운을 떼면서 “남북한 간에도 똑같은 식물이지만 부르는 이름이 서로 다르다. 우리는 어떤 꽃보다 작거나 못났거나 비슷한 꽃에 그 꽃이 아니다라는 무시하는 의미로 접두사‘개’자를 붙여 이름을 지은 것이 많다.”면서 “개나리, 개가시나무, 개갓냉이, 개고사리, 개살구, 개복숭아, 개다래, 개머루, 개머위, 개똥쑥, 개미나리 등 이루 셀 수 없이 많다. 하지만 북한에서는 ‘개’자를 속된 단어라 하여 ‘개’자를 빼고 다른 이름으로 부른다. 심지어 ‘망’자도 속된 말로 취급한다. 그래서 국화과의 개망초를 북한에서는 ‘넓은잎 잔꽃풀’로 전혀 다른 이름으로 부르고 있다.”고 알려주었다. 그런데 사실 식물의 이름을 살펴보면 대략 그 꽃이나 식물의 모습이 연상이 되는 경우가 많다. 특히 개불알꽃(Cypripedium macranthum)을 보면 그렇다. 유난히 아래쪽으로 부풀어 있는 모습이 영판 닮을 꼴이다. 하지만 외국에서는 비너스의 슬리퍼라고 불린다. 미의 여신 ‘비너스’를 뜻하는 ‘cypris’와 ‘슬리퍼’라는 뜻의 ‘pedilon’가 합쳐져서 만들어진 ‘Cypripedium’가 바로 속명이기 때문이다. 이에 장연구사는“기쁜 소식을 전해 준다는 꽃말을 지닌 개불알꽃은 큰개불알꽃, 털개불알꽃, 노랑개불알꽃 등 여러 종류가 있다.”고 일러주면서 “요강꽃, 까치오줌통, 복주머니, 개불란으로도 불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무이름도 역시 흥미롭고 재미있는 이름들이 많다며 “나무에 피는 연꽃이라고 하여 목련이라 이름이 지어진 것처럼 마치 좁쌀로 지은 밥을 뿌려놓은 것 같은 꽃모양에 조밥나무로 불리다 조팝나무가 됐다. 또 밥알 모양과 비슷하다 하여 밥떼기 나무로 불리다 박태기나무가 된 것도 있다.”고 했다. 그리고 이어 “나뭇가지가 화살 같은 모양을 하고 있어 화살나무라고 불리는 나무와 나뭇가지가 벌어진 모습이 작살모양 같아 작살나무라고 불리는 나무가 있다. 그리고 나뭇가지가 층층이 돌려가며 나서 층층나무라고 불리는 것과 열매가 미선이라는 부채모습을 닮아 미선나무로 불리는 것도 있다.”고 말했다. 사실 뽕나무도 뽕나무 열매인 오디를 먹으면 뽕뽕뽕 방구를 꿔댄다고 해서 뽕나무가 됐다. 가짜중나무라고도 하는 가죽나무는 스님들이 잎을 먹는 참죽나무처럼 생겼는데 먹지를 못하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이밖에도 회색빛의 열매가 주렁주렁 열리는 것이 꼭 중들이 떼로 모여 있는 것 같다고 해서 떼중나무로 불리다 때죽나무가 된 재미있는 사연의 이름을 가진 나무도 있다. 그리고 밤나무도 너도밤나무와 나도밤나무가 있다. 그런데 이렇게 나도, 너도 라는 이름을 지닌 식물이나 나무가 이밖에도 무척 많다는 사실이 또한 놀랍다.

장연구사는 마지막으로 “이미 정해진 이름을 바꾸려는 뜻과 심정은 알겠지만 그렇다고 바꿀 수는 없다”면서 “식물이름의 명명은 그전에는 1950년에 스톡홀름에서 열린 제7회 국제식물학회에서 제정한 ICBN(International Code of Botanical Nomenclature)의 국제식물명명규약을 따랐으나 2011년 7월 호주 멜버른에서 개최된 제18회 국제식물학회에서 새로 규약을 정한 ICN(International Code of Nomenclature for algae, fungi, and plants)에 의거해 명명한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마음대로 이름을 바꾸거나 명명할 수가 없다”고 설명하면서 한 번 더 힘주어 이름을 바꾸는 것에 반대한다는 의견을 분명히 밝혔다.

맨눈으로도 보고 감상할 수 있는 식물들에 대해 경외감과 함께 애정이 샘같이 솟아났다

 

아주대 생물학과를 나온 장연구사는 서울대 산림자원하과 석사를 마치고 같은 서울대에서 박사를 수료했다. 그리고 학부생일 때 어느 날 갑자기 늘 현미경을 통해서만 보던 생물체를 그냥 맨눈으로도 보고 감상할 수 있는 식물들에 대해 경외감과 함께 애정이 샘같이 솟아났다고 했다. 그래서 대학원에선 아예 전공과목을 산림자원학과로 바꾸고 본격적인 외도를 시작했다. 그리곤 이곳 광릉수목원에 둥지를 틀고 10년째 근무하고 있다. 그런데 장연구사가 말미에 잠깐 짬을 내어 부탁 겸 당부의 말을 했다. 즉 경북 봉화군 춘양면 춘양로에 국립 백두대간 수목원이 2018년 상반기에 정식 개관한 것을 비롯하여 세종시에도 2020년 경 국립수목원을 개장할 예정에 있다고 한다. 또 새만금에도 국립수목원을 세울 계획이 잡혀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이렇게 수목원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 반면에 근무할 지원자 점점 줄어들고 직원들도 태부족인 상태라 인재난이 염려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한다. 그래서 장연구사는 ‘언제든지 인재들이 지원해 주기를 바라고 있다’면서 ‘수목원의 문은 항상 활짝 열려 있으니 많은 지원을 하여달라’며 야무지게 인터뷰의 마무리를 챙겼다.

 

한편 재미있는 나무이름의 유래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가문비나무 – 나무껍질이 검은 피 빛 같아 검은피나무로 불리다 가문비나무로 되었다.

가새뽕나무 – 잎을 마치 가위로 잘라 놓은 것처럼 깊이 파진 뽕나무라는 뜻이다.

가중(假僧)나무 - 가짜중(假僧)이란 뜻을 가졌다.

고로쇠나무 - 수액을 마시면 뼈에 좋다는 뜻의 골리수(骨利樹)가 변한 이름이다.

고추나무 - 잎이 고추잎을 닮았다.

구골(狗骨)나무 – 한자로 개구자를 쓰며 개 뼉다귀나무란 뜻을 가졌다.

국수나무 - 나무껍질이 국수처럼 하얗고 길게 늘어진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귀룽나무 -한자어에서 유래 구룡목(九龍木)에서 변한 귀룽나무

까마귀베게 - 열매모양이 까마귀가 베고 자기에 적당한 작은 크기라는 의미의 이름이다.

꽝꽝나무 - 두꺼운 잎을 불속에 넣으면 "꽝 꽝" 하는 소리가 나서 붙여진 이름이다.

나래회나무 - 4개의 갈라진 열매 끝이 날개처럼 휘었다하여 붙인 이름이다.

낙우송(落羽松) - 잎과 가지가 새의 깃처럼 떨어져서 붙은 이름이다.

누리장나무 - 잎에서 역한 누린내가 나서 붙어진 이름이다.

눈잣나무 - 눈향나무 등 나무모양 나무가 누워있다는 뜻으로 붙여짐

다래나무 - 열매가 달아서 붙은 이름이다.

닥나무 - 나무 가지를 꺾으면 ‘딱’하고 꺾인다고 붙여진 이름이다.

댕강나무 - 나뭇가지를 꺾으면 ‘대강댕강’ 잘 꺾어져 나간다고 하여 붙은 이름이다.

말채나무 - 가지가 말채찍으로 쓰였다고 붙은 이름이다.

매발톱나무 - 마치 매발톱 같은 날카로운 가시가 3개씩 달려 있어 붙어진 이름이다.

무궁화(無窮花) - 꽃이 계속하여 무진장하게 핀다는 의미의 이름이다.

박쥐나무 - 잎 모양이 박쥐가 날개를 폈을때 모양과 비슷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병꽃나무 - 꽃모양이 병의 모양을 닮아서 지어진 이름이다.

불두화(佛頭花) - 꽃모양 스님의 머리 같아 붙은 이름이다.

사시나무 - 잎자루가 길어 조금만 바람이 불어도 벌벌 떤다는 의미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생강나무 - 꺾을 때 생강냄새가 나서 붙여진 이름이다.

자작나무 - 껍지를 태우면‘자작자작’거리는 소리가 나서 붙여진 이름이다. 박철성대기자

 

박철성 대기자  pcs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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