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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한복판에서 먹어보자, 제주도산 활어 고등어 회한 가지 종류의 회를 시켰어도 두 가지 종류의 회가 나노는 ‘활 고등어회 전문점’
  • 박철성 대기자
  • 승인 2019.04.11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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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집 멋집 탐방]             

제주도 성산포 가두리양식장에서 온 등 푸른 고등어가 힘차게 헤엄쳐 다니는 모습을 볼 수가 있다.

요즘 도시인들은 옛날처럼 된장 뚝배기에 김치찌개 보다는 산뜻한 느낌과 미각이 특징인 생선회를 즐겨 먹는다. 그래서 시내 중심가 오피스텔 건물들이 들어찬 도심지의 점심시간이 되면 삼삼오오 셀러리맨들이 모여 아직까지는 경제적 부담이 가는 정식 횟집보다는 주머니 사정이 가벼운 회전 초밥집을 찾는다. 그리고 이러한 샐러리맨 중에는 잘려져 나온 생선살만 보고도 무슨 생선인지 척척 맞추는 생선회 매니아까지 등장할 정도다. 심지어 눈을 감고 냄새나 맛만 보고도 생선의 종류를 척척 알아서 맞춘다. 그런데 이러한 생선회 매니아들도 꼭 먹고 싶지만 잘 먹지 못하는 생선회가 있다. 그것은 바로 ‘고등어회’다. 고등어란 놈이 워낙 성질이 급하고 더러워서 어부가 잡아 올리는 즉시 그냥 배 갑판에 쭉 벋고 죽어버리기 때문이다. 게다가 죽으면서 상하기 시작하기 때문에 고등어회는 오직 어부들만이 맛볼 수 있는 특권이었다.

바로 이러한 고등어를 서울 한 복판에서 먹을 수 있다. 그것도 살아서 펄떡펄떡 거리는 놈으로 말이다. 서울 종로 5가 백제약국 건물의 골목길을 쭈욱 따라 100m 정도를 걷다보면 ‘활, 고등어회 전문점’이라는 간판이 보인다. 그리고 길가에 자리 잡은 둥근 수족관을 들여다보면 제주도 성산포 가두리양식장에서 온 등 푸른 고등어가 힘차게 헤엄쳐 다니는 모습을 볼 수가 있다. 그 고등어를 쳐다보고 있노라면 어느새 입안에는 침이 한 가득 고여 있다. 좀 야만스럽지만 그냥 두 팔 걷어붙이고 수족관에 손을 쑥 넣어 싱싱한 고등어를 건져 올려 그 자리에서 씹어 먹어보고 싶은 충동마저 든다. 이때 마침 식당 문이 쓰윽 열리며 주인아주머니의 상냥한 미소와 함께 “어서 들어오세요”하고 발길을 잡아 이끈다.

‘활 고등어회 전문점’ 이준명(60) 사장

이미 식당 안에는 그야말로 손님들로 인산인해다. 그래서 문가 구석에 겨우 자리하나 얻어서 앉았다. 주저없이 ‘고등어회’를 주문했다. 그리고 잠시 후 등 푸른 고등어가 얇게 저민 채 냉동실에서 하루 동안 얼려진 차가운 옥돌 위에 얹혀서 나왔다. 그런데 고등어회 옆에 도다리가 껍질을 홀딱 벗고 얌전히 따라와 누워있었다. 이때 갑자기 약간은 걸걸하고 화통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원래 우리 집은 한 가지 회만 나오지 않아요. 한 가지 종류의 회를 시켰어도 두 가지 종류의 회가 나옵니다” 하더니 “봄에는 도다리가 유명하고 살도 토실토실하게 올라 있어 맛도 좋습니다”하며 손으로 도다리회를 가리켰다. 이 사람이 바로 ‘활 고등어회 전문점’의 이준명(60) 사장이었다. 이준명 사장은 내가 내어준 옆자리에 털석 앉더니 이내 걸걸하고 화통한 목소리로 왜 두 가지의 생선회를 내놓는가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생선회란 것은 아무리 맛있어도 한 가지만 계속 먹다보면 금방 질려버려요. 그래서 계절마다 맞는 생선을 함께 손님상에 올리는 겁니다. 그래야만 질리지 않고 맛있게 먹을 수 있어요”하고 친절하게 일러줬다. 그리고 이내 “가을에는 밀치회를 같이 내어 놓습니다”하고 말했다. 하지만 주변의 손님들이 왁작지껄하는 바람에 ‘멸치회’로 잘못 알아듣자 이내 이사장은 “멸치가 아니고 숭어 비슷한 밀치입니다”하고 다시 말해주었다. 이때 “숭어나 밀치나 생긴 게 비슷한 게 맛도 똑같지 않나요?“ 하는 장난스런 질문에 정색을 하며 "사람하고 원숭이 하고 비슷하다고 해서 사람보고 원숭이랑 똑같다라고 말하는 거와 같은 거"라며 절대 "숭어랑 밀치가 맛이 똑같지 않다"고 열을 내가며 말했다. 순간 ’아, 그렇구나!‘하면서 나는 젓가락으로 조심스럽게 고등어회를 한 점 들어 올렸다.

도다리회(왼쪽)와 고등어회(오른쪽)

입 속으로 들어가기 전에 눈앞에 다가온 고등어회를 쳐다 본 순간 무의식 적으로 “아~!” 하는 탄식이 새어 나왔다. 반질거리다 못해 투명하다고 착각이 들 정도의 살아있는 바닷 빛깔 같은 푸른색 바탕에 검은 줄들이 사방에서 흘러내린 고등어의 등짝과 백옥같이 하얀 뱃살을 보았을 때 이루 말로 형언할 수 없는 감동이 차올라 내 뱉은 단발마의 신음이었다. 드디어 황송스런 마음을 뒤로하고 입 속에 넣었다. 이내 고등어의 향이 입안 가득히 퍼지며 침샘을 자극하기 시작했다. 천천히 턱을 움직여 씹어보았다. 고소함이 느껴지면서 깨끗하고 순결한 맛이 났다. 아니 정확히 뭐라 표현해야 할지 모를 찰지면서도 순한 맛이었다. 어느새 내 손이 빨라졌다. 나의 혓바닥과 목구멍에서 끊임없이 고등어회를 갈구했다. 그래서 나는 부지런히 고등어회를 날라다 넣어주어야만 했다. 물론 봄철 도다리도 같이 곁들여 가며 먹었다.

고등어가 일본어로 ‘사바’라고 부르는데 일본인들이 그렇게 고등어를 좋아한다고 한다. 그래서일제시대에 일본인에게 잘 보이기 위해 고등어를 가져다주며 부탁을 하곤 했는데 이때 나온말이 남한테 두손 비벼가며 아부를 하는 것을 ‘사바사바’ 한다고 말한다고 이준명 사장이 호탕하게 웃으며 말한다. 이 말이 사실인지 아닌지는 몰라도 흥미 있는 이야기다.

원래 여기는 생선회를 팔던 식당이 아니라고 한다. 불과 3년 전만해도 소문난 곱창 전문점이었다고 한다. 그것도 기술이전 해준 체인점을 무려 8개나 거느린 곱창 본점이었다. 그런데 이준명 사장이 어느 날 갑자기 곱창식당을 몽땅 훌러덩 뒤집어 엎어버리고는 뜬금없이 생선회집으로 만들어버렸다. 그것도 활고등어 생선회집으로 말이다. 이에 대해 이준명 사장의 사모님심미경(57)씨는 단 한마디의 불평이나 단 한 번의 반대도 하지 않고 그날 바로 남편을 따라 활고등어 생선회식당을 열었다고 한다.

심미경 사모님은 한식, 중식 요리사 자격증은 물론이고 까다롭고 어렵다는 일식요리 자격증을 모두 가지고 있다. 그랬기에 주저 없이 식당의 업종을 바꿀 수가 있었던 것이다.

 

“남편은 요리를 전혀 못해요. 주방일은 저 혼자 다합니다. 남편은 그저 술 마시고 생선회 먹는 거만 잘 합니다”며 식당에서 남편분이 잘 도와주느냐는 우매스런 질문에 사모님이 웃으며 대답해주었다. 그러면서 “남편 분은 요리는 몰라도 사업에 대해서는 대단한 실력을 가지신 분이에요. 지금까지 어떤 사업을 시작했어도 실패하거나 망한 적이 없어요”하며 은근슬쩍 남편을 치켜세웠다. 그러자 이준명 사장은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면서 “사실 나도 여러 사업을 하면서 실패한 적이 있어요”하며 지나간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그중에 캄보디아에서 혼자 1년간 가서 영지버섯 장사한 것이랑 대만에서 1년 동안 역시 혼자 머물면서 치킨장사 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하지만 다 듣고 나서 아무리 생각해도 단지 큰돈을 못 벌었다는 것이지 실패하거나 손해 본 것은 아니었다. 그제서야 왜 부인께서 ‘어떤 사업이든 다 성공했다’고 말했는지 이해가 갔다. 이때 젊은이 들이 떼거리로 식당 안으로 문을 열고 들어왔다. 고등어회는 생선회를 많이 먹어본 나이든 50대 이상의 사람들이 먹으러 오는 줄 알았는데 의외로 20대, 30대의 젊은이들이 더 많이 온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고집스럽게 오로지 고등어회만 팔지는 않는다. 비싼 다금바리부터 해서 민어회, 갈치회, 대방어, 고래육회 등 다양한 종류의 생선회도 같이 판다. 주소는 서울시 종로구 종로 35길 18(효제둉 201)이다. 체인점 문의는 02-747-0072와 010-5349-5879 이준명으로 연락하면 된다. 박철성 대기자

박철성 대기자  pcs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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