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군 이래 처음으로 군 복무 중 성전환 수술을 받은 육군 변희수 하사

저의 성별 정체성을 떠나 제가 이 나라를 지키는 훌륭한 군인 중 하나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모두에게 보여주고 싶습니다.”

 

변희수 하사

“저는 인권친화적으로 변모하고 있는 군에서 저를 포함해 모든 성소수자 군인들이 차별받지 않는 환경에서 각자 임무와 사명을 수행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군 복무 중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전환 수술을 한 변희수 하사가 지난 1월 22일 군 인권센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한 말이다.

변 하사는 경기북부의 한 부대에서 전차 조종수로 복무하다 ‘성별 불쾌감(gender dysphoria·자신이 다른 성별로 잘못 태어났다고 느끼는 상태)’ 진단을 받은 뒤 지난해 11월 휴가를 내 성전환 수술을 마쳤다.

軍, ‘성전환 하사’ 전역 결정

육군 전역심사위원회는 변 하사가 ‘심신장애3급’에 해당된다며 지난 1월 23일 오전 0시부로 군인사법 등에 따른 ‘계속 복무할 수 없는 사유’를 들어 전역 처분을 내렸다.

군인사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고환이 모두 없는 사례와 음경이 없는 사례는 각각 5급을 받게 돼 있다. 5급 장애가 두 개 발견되면 장애 3급 판정이 내려진다. 성 전환 수술을 통해 남성 성기를 모두 제거한 변 하사가 여기에 해당하기는 한다.

이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 1월 21일 육군참모총장에게 전역심사위 개최 연기를 요청하는 긴급구제를 권고했다.

하지만 육군은 이를 거부하고 예정대로 전역심사위를 열었다. 육군 관계자는 “국가인권위원회의 긴급구제 권고의 근본 취지에 대해 충분히 공감하고 이해하나, 이번 전역 결정은 의무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관련 법령에 근거해 적법한 절차에 따라 이뤄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육군의 강제전역 발표에 군인권센터는 육군이 국가인권위원회의 전역심사위 연기 권고에도 불구하고 심사를 진행한 것을 두고 “비겁하고 무책임한 처사”라고 비판했다.

군복귀 법정투쟁 예고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은 “변 하사를 지원하기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구성을 시민사회에 제안할 예정”이라며 “부당한 전역 처분에 대한 인사소청, 행정소송 등 법적 대응도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군인권센터는 지난 4일 변 하사의 복직을 위한 변호인단 공개 모집을 진행했다.

트랜스젠더 등의 성소수자가 향후 군인으로 복무할 수 있느냐, 없느냐를 결정짓게 될 역사적인 사건이 될 전망이다.

앞서 기자회견에서 변 하사는 “주특기인 전차 조종에서 기량이 늘어 19년도 초반 소속 대대 하사 중 유일하게 ‘전차 조종’ A 성적을 받을 수 있었다”면서 “군 복무를 성실히 수행해 공군 참모총장 상장을 받는 성과도 이뤄낼 수 있었다”고 군대 생활을 계속 이어 가는데 전혀 문제가 없음을 주장했다.

또 그는 “계속 복무를 할 수 있게 된다면 저는 용사들과 같이 취침하며 동고동락하며 지내왔고, 그 생활을 직접적으로 경험한 유일한 여군이 될 것”이며 “이런 경험을 군에서 살려 적재적소에 저를 배치하신다면, 그 시너지 효과 또한 충분히 기대해볼 만할 것이다”고 말했다.

끝으로 변 하사는 “소속부대에서도 저의 결정을 지지하고 응원해 줬다”며 여군 재입대를 위해 “대법원 판결까지 가서 끝까지 도전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한국에서 성전환 수술 후 강제로 전역하게 된 육군 부사관의 사례를 두고 외신들은 한국 사회의 보수성을 주목했다. 외신들은 이번 논란을 성 소수자를 대하는 한국 사회의 인식을 드러내는 단면으로 평가하며 한국이 다양성 존중에서 인색한 면이 있다는 평가를 쏟아냈다.

영국 방송 BBC는 육군이 변 하사에 대해 전역 결정한 일을 소개하며 "한국에서 LGBT(레즈비언(lesbian), 게이(gay), 양성애자(bisexual), 트랜스젠더(transgender))가 되는 것은 장애나 정신 질환, 죄악으로 비춰지는 경우가 많다"며 "한국에는 차별금지법이 없다"고 지적했다.

현재 전 세계에 약 9000명의 트랜스젠더 군인이 활동하고 있다. 영국을 비롯한 많은 유럽 국가와 호주, 뉴질랜드, 캐나다, 이스라엘, 볼리비아 등에서는 트랜스젠더들이 공개적으로 군복무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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