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가구 확산과 공유경제의 트렌드 주목

서울시 사당동에 사는 직장인 홍민정(33)씨는 지난달 말 홍콩으로 여행을 떠나기 전 일본 오사카행 항공권을 편의점에서 발권했다. 단돈 1000원으로 원두커피 한잔을 즐기며, 여행을 떠나기 전 아파트 가스요금도 편의점에서 납부했다. 

편의점이 무한변신을 거듭하고 있다. 혼밥족을 위한 삼각김밥과 도시락으로 대표됐던 편의점이 이제는 택배와 세탁서비스에 이어 차 렌탈부터 항공권 발급까지 생활 밀착형 서비스로의 무한 확장에 나서고 있다. 1989년 5월 세븐일레븐이 서울 송파구 방이동에 첫 점포를 선보인지 27년만이 지난해 편의점은 3만개를 넘어섰다.
이는 '편의점 천국'으로 불리는 일본에 비해서도 많다는 분석이다. 작년 말 기준 국내 편의점 수(상위 6개사 기준)는 3만4376개로, 인구 1491명당 편의점이 1곳 있는 셈이다. 이는 일본(2226명당 1곳)에 비해서 1.5배 많은 수치다.

유통업계의 맏형격인 백화점이 점포당 매출 감소세를 피하지 못하고 있는데 반해 편의점은 나 홀로 성장을 멈추지 않고 있다. CU와 GS25, 세븐일레븐, 이마트24, 미니스톱 등 국내 5대 편의점들은 고객 입맛 맞추기를 위해 경쟁적으로 새로운 서비스를 내놓고 있다. 

지난 12일 세븐일레븐은 롯데렌터카와 손잡고 자동차 장기 렌탈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1인 가구 급증과 함께 공유경제가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으면서 차에 대한 렌탈 서비스가 증가하고 있다는 점을 착안한 것이다. 세븐일레븐은 앞서 올해 2월에는 세탁물 위탁 서비스를 내놔, ‘참신하다는’ 업계의 호평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세븐일레븐에서는 24시간 무인기기를 통해 세탁물을 맡기고 찾을 수 있다.

또한 세븐일레븐은 인터넷 전문은행 카카오뱅크의 오프라인 접점 역할을 하고 있다. 최근 카카오뱅크의 선풍적인 인기와 함께 반사이익도 누리고 있는 상황이다. 세븐일레븐은 올해 6월 롯데와 카카오뱅크가 체결한 유통·금융부문 융합 업무협약(MOU)에 따라, 전국 4000여개 점포에의 현금자동입출금기(ATM)를 통해 카카오뱅크 입출금 및 이체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온라인 은행을 내세워 별도의 오프라인 점포가 없다는 점에서 세븐일레븐이 은행 지점 역할을 대신하고 있는 셈이다. 카카오뱅크 입출금 서비스 등이 가능한 ATM의 약 90%가 세븐일레븐에 설치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GS25는 올 여름 휴가를 앞둔 지난 7월부터 에어부산과 함께 항공권을 예약하고, 발급할 수 있는 신개념 멀티키오스크복합기를 선보였다. ‘멀티키오스크’를 이용하면 24인치 터치스크린을 통해 실시간으로 에어부산 국내, 국제선 항공권을 예약, 발권할 수 있다. 구매한 항공권은 즉시 출력이 가능하며, 수화물이 없는 승객의 경우 공항에서 항공사 데스크 방문 없이 탑승 수속도 가능하다.

GS25는 편의점 업계 최초로 6월에 전기차 충전 서비스를 내놓기도 했으며, 앞서 4월에는 드라이브 스루 점포를 출시하기도 했다. 2016년부터 GS25 제주 서귀대포점은 전기차 충전 편의점 1호점으로 오픈했다. 제주도가 타 지역보다 전지차가 많이 보급됐다는 점에서다. 현재 전기차 충전서비스는 도내 4개 점포로 확대한 상황이다. GS25 창원불모산점에는 첫 드라이브 스루 점포를 선보이기도 했다. 경남 창원에서 부산 방면으로 하루 평균 3만 대 이상의 차량이 지나간다는 점을 착안한 결정이다. 차량 유도선을 따라 전용 카운터로 이동한 후 벨을 누르면 해당 점포 근무자가 상품을 전달, 계산하는 방식이다.

CU는 편의점에서도 은행 업무를 할 수 있도록 지난해 6월 신한은행과 함께 ‘디지털 키오스크’를 내놨다. 출금과 이체뿐 아니라 체크카드 발급, 비밀번호 변경 등도 가능해, 미니 은행으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다. 바이오 인증 방식을 적용됐다는 점에서, 본인 확인을 편의점에서 가능하게 할 수 있었다는 게 CU 측의 설명이다.

뿐만 아니라 CU는 여대생을 위한 맞춤형 편의점 및 대학교 행사나 지역 축제 등을 찾아가기 위한 이동형 편의점도 운영 중에 있다. 우선 서울 덕성여대 학생회관에 자리한 ‘CU 덕성여대학생회관점’은 학생들을 위한 휴게 공간을 대폭 넓혔다는 점에서 발길을 머물게 한다. 여기에는 소모임이 가능한 회의용 테이블과 화이트보드 등을 설치한 ‘스터디존’이 있으며, 여대생임을 고려해 화장대와 탈의실도 갖췄다. 또한 이동형 편의점을 내세워 고객을 직접 찾아가는 서비스도 업계 최초로 선보이기도 했다. 

이색 편의점이라는 콘센트로 눈길을 끄는 곳도 있다. 편의점 업계의 후발주자인 이마트24는 최근 전통카페를 접목한 삼청로점을 오픈했다. 이에 앞서서는 매장에서 직접 밥을 지어주는 스타필드 코엑스몰점과 클래식 음악을 감상할 수 있는 예술의전당점을 내놓기도 했다.

미니스톱은 고급 디저트를 앞세운 프리미엄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기존에 판매하던 소프트크림의 품질을 크게 개선했고, 작년에는 초코소프트크림 원료를 벨기에산 초콜릿으로 바꿔 출시했다. 지난 3월부터는 강원도 횡성에 위치한 전용목장의 유기농 우유를 활용, 원유 함유량을 50% 이상으로 끌어올렸다.
편의점에서 만나볼 수 있는 상품들도 과거에 비해 풍성해졌다. 일찌감치 1000원이라는 저가를 내세워 주머니가 가벼운 소비자들을 공략했던 원두커피 시장은 편의점 커피의 전통 강자인 ‘레쓰비’를 제치고 판매량 1위로 올라설 만큼 성장했다.

이색 상품의 출시도 계속된다. 세븐일레븐은 추석을 앞두고 소형 가전제품 코너를 마련하는가 하면 미니스톱은 '소중한 나를 위한 선물'이라는 주제로 취미상품 특별 기획을 마련해 캠핑족을 위한 테팔 매직핸즈 스탠캠핑 7p와 마린 그늘막 텐트, 더블 파스텔 캠핑 매트를 비롯해 드론과 프로VR(가상현실), 에어점핑카 등을 판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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