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정상 4대 원칙에 합의, 사드문제 합의 재확인 수준, 한중 협력 사업 재개

한중정상회담이 어제(14일) 끝났다. 이날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회담에서 북핵 문제와 관련해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위한 4대 원칙에 합의했다.

12월 14일 한중 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북핵 문제와 관련해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위한 4대 원칙에 합의 후 악수를 하고 있다.

예정된 시간을 1시간 이상 넘기며 2시간 15분 동안 진행된 회담에서 양국의 정상은 전쟁 불용과 비핵화, 대화와 협상을 통한 평화적 해결, 그리고 한반도 문제 해결을 위한 남북관계 개선에 합의했다.

양국 간 최대 현안인 사드 문제는 지난 10월 31일 협의를 재확인하는 수준에서 정리됐다.

시진핑 주석은 한국이 사드 문제를 적절히 처리하기 바란다며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각별히 신경을 쓰자고 말했다.

두 정상은 또 산업협력 단지 조성과 투자협력 기금 설치를 비롯해 중단됐던 한중 협력 사업을 재개해 내가기로 합의했다.

미세먼지 저감, 신재생 에너지 발굴 등 다양한 분야에서 한중 양해각서도 체결했다. 시 주석은 북한의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를 위해 함께 노력하겠다며 긍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문 대통령은 오늘 베이징대에서 연설을 한 뒤 중국 권력서열 2, 3위인 리커창 총리, 장더장 전인대 상무위원장과 잇따라 면담할 예정이다.

이렇게 한중 정상회담은 우려와 달리 긍정적인 결과물을 이끌어 낸 것으로 평가되었다. 하지만 이번 정상회담은 앞서 국빈에 대한 중국의 홀대가 이어지면서 빛이 바랬다는 지적이다.

방중 첫날부터 공항영접에 장관보다 2등급 아래인 차관보급이 나온 것을 시작으로 국빈이 도착한 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리커창 총리, 장더장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까지 권력서열 1~3위가 모두 베이징을 비웠다. 이들 모두 난징대학살 80주년 행사장에 갔다고 한다.

또한 방중 첫날 열린 한중비즈니스포럼에선 대통령과 함께 중국을 방문한 한국 기업인들에 대한 홀대론이 제기됐다. 이번 문 대통령 방중에는 역대 최대 규모 경제사절단이 동행했다. 사절단 면면을 살펴보면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 구본준 LG 부회장, 손경식 CJ 회장,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구자열 LS 회장 등 총수급들이 즐비하다. 재계에선 "역대 경제사절단 중 이렇게 재계 총수가 많이 동행한 적은 없었다"고 얘기할 정도다.

하지만 포럼에 참석한 중국 측 기업인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대부분 2~3인자급으로 기업 내 실질적 의사결정권을 쥐고 있는 인사들이라고 보기 힘든 인물들이 대다수였다. 일례로 중국 1위 휴대폰 제조업체 샤오미에선 황장지 전략부총재가, 아시아 최대 석유화학기업인 시노펙에선 류중윈 부총재가 나왔다. 샤오미는 레이쥔 회장, 시노펙은 왕위푸 회장이 실질적인 의사결정권자로 인정받는다. 화웨이에서도 마찬가지로 런정페이 회장이 아닌 펑중양 부총재가 참석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 측은 "쿵 부장조리는 올 상반기 우다웨이 부부장이 은퇴한 뒤 공석인 부부장직을 대행하고 있다"며 과거보다 격이 떨어진 건 아니라고 해명했다.

중국의 국빈에 대한 홀대와 결례는 여기서 그친게 아니었다. 어제(14일)는 중국 측 경호원이 문 대통령이 참석한 행사장에서 한국 취재진을 집단 폭행한 초유의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사건 현장에 있던 기자의 목소리를 빌려오면 다음과 같다. 

한중 경제·무역 파트너십 행사에서 벌어진 이 사건은 한중 기업의 경제협력 강화를 목적으로 마련된 수출 상담 행사다. 한국 기업 173개사와 중국 현지 바이어 500여 개사 등이 참여한 가운데 성대히 진행됐다.

연설과 타징(징을 치는) 행사를 마친 문 대통령은 행사장 내 상담 부스들을 돌며 한중 기업인들과 인사를 나눴고, 한국 취재진은 문 대통령을 동행하며 현장 취재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중국 경호원들이 한국 취재진의 영상·사진 촬영을 제지하자 이에 한국일보 사진기자가 항의했고 중국 측 경호원이 기자의 목덜미를 잡아당겨 넘어뜨렸다. 이 기자는 충격에 한동안 일어나지 못했다. 한국 취재단이 이 같은 폭행 장면을 촬영하자 중국 측이 달려들어 카메라를 뺏으려 했다.

이후 문 대통령의 움직임을 따라 취재를 계속하던 한국 측 기자단을 또다시 중국 경호원들이 제지하고 나섰다. 관련 행사 취재 허가증인 취재비표를 보여줘도 막무가내였다.

방중 한국취재진 중 한 명인  00신문 사진부 이00 기자가 중국측 경호원으로부터 집단폭행을 당하고 있다. (사진_청와대 기자단)

이에 00신문 사진부 이00 기자가 항의하자 중국 경호원이 이 기자의 멱살을 잡고 행사장 밖으로 끌고 나갔다. 이후 15명 이상의 경호원이 이 기자를 둘러싸고 집단 폭행을 가했다. 주먹질에 이 기자가 바닥에 쓰러지자 중국 경호원은 이 기자의 얼굴을 발로 강타했다. 한국 취재진과 청와대 직원들이 달라붙어 이 경호원을 떼어냈다. 이 경호원은 분이 풀리지 않는다는 듯한 표정이었다.

현장에 있던 취재진의 증언에 따르면 이 기자는 양쪽 코에서 피를 흘렸고, 오른쪽 눈두덩이가 피멍이 든 채 심하게 부어올랐다. 청와대 측은 이 기자를 대통령 숙소인 댜오위타이로 옮겨 대통령 주치의가 직접 치료에 나섰다. 청와대 의무팀은 이 기자에 대한 CT 촬영 결과를 전하며 "안구를 둘러싼 안와골절 부상을 입었다"며 "업무 수행이 불가능하다. 출장에서 복귀해 한국에서 치료를 받는 등 절대 안정을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청와대 관계자는 "중국 공안이 이날 오후 9시부로 이번 폭행사건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중국 역시 중대한 외교 문제로 인식하고 조사를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공안 상급기관이 출두해 이례적으로 야간에 2차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3박4일간의 일정으로 중국을 국빈 방문하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은 시진핑 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 사드문제와 관련해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위한 4대 원칙에 합의했다.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는 절반의 성공에 그쳤다는 지적이다. 중국의 홀대와 기자 폭행 등 이번 국빈 방문에 치욕감을 느낀 한국인의 자존심을 회복시키기 위해서라도 중국은 책임자의 사과와 가해 경호원의 처벌이 반드시 이행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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