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로 인해 대한민국은 연일 충격의 연속이다. 지난 11일 박상기 법무장관은 “가상화폐 거래 금지와 거래소 폐쇄를 준비하고 있다”고 발표 했다. 그러자 투자자들이 일제히 반발하고 나섰다. 가상화폐 투자자 최모씨(41)는 “공산주의 국가도 아닌데 사적 재산권을 규제하는 것은 명백한 재산권 침해”라며 “겉으로는 4차 혁명을 외치는 IT초강국에서 가상화폐 거래를 금지하는 건 이치에 맞지 않다”라고 비난했다.
또 다른 투자자 박모씨(33) 역시 “거래를 금지하고 거래소를 폐쇄하는 것은 300만 명 이상 되는 투자자들을 무시하는 처사”라며 “거래량를 제한하거나, 과세하는 방법도 있는데 저런 극단적인 방법을 취하겠다는 것은 누구를 위한 정책인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정부의 가상화폐 규제정책이 곧 시행 될 것으로 보이자 규제발표 이전까지 4000원대를 기록하던 ‘리플’이 발표 후 2500원까지 떨어졌다. 이후 소폭 등락을 거듭했다.
이처럼 가상화폐 가격이 널뛰기를 하는 동안 개미 투자자들은 식사 중에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거나 가상화폐 이야기를 나누었다. 심지어 업무시간에도 틈틈이 스마트 폰을 확인하며 주가를 살펴보듯 가상화폐 시가를 주시하는 직장인들이 많아졌다.
정부는 가상화폐를 규제하는 이유에 대해서 가상화폐 거래가 투기, 도박과 비슷한 형태로 진행돼 매우 우려되기 때문이라고 했다. 또 가상화폐가 블록체인 기술과 연계되는 등 긍정적 부분도 있지만 이것만으로 블록체인이 발달하는 건 아니고 산업자본화해야 할 자금이 가상화폐로 빠져나가는 점이나 급격하게 형성된 버블이 붕괴됐을 때 개인이 입을 타격 등을 고려하면 정부는 이런 부작용들을 우려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미 가상화폐는 정부가 손을 쓰기엔 늦었다는 생각이 든다. 한두 명도 아니고 300만명이나 되는 국민들이 가상화폐에 투자하고 거기서 나오는 수익으로 집도 사고 빚도 갚았다는 얘기가 나오는데 무작정 막고 금지한다고 문제가 해결될 수는 없다.
오히려 집단 반발이 거세져 촛불처럼 정부에 위협이 될 수 있고 6월 13일 치러지는 지방선거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거래소 폐쇄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
그 보다는 시간을 두고 국민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한 후에 피해를 최소화하는 범위에서 규제가 이루어져야 한다.
가상화폐는 무엇으로 돈을 버는가? 없다. 그럼에도 가상화폐에 수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몰려드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소액으로도 거액을 만들 수 있다는 기대(매력) 때문이다. 얼마 전 방영된 공중파 프로그램에서 23세의 한 청년이 가상화폐에 8만원을 넣은 게 280억원으로 올랐다는 내용처럼 말도 안 되는 결과가 사실이 되기 때문이다.
방송에 나온 청년처럼 가상화폐로 떼돈을 번 사람들의 이야기는 마치 ‘봉이 김선달’ 스토리와 비슷하다. 거래수단으로 작동하기 힘든 가상화폐를 만들고, 여기에 가치를 매겨 팔아치우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초까지 500여개 수준이던 가상화폐가 이제는 1400여개로 증가한 것 또한 부자가 되고픈 IT개발자들의 속셈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이 방송을 본 많은 시청자들은 잠깐이지만 상대적 박탈감과 일하고 싶은 마음이 사라졌을 것이다. 그리고 가상화폐를 구입해 나도 저 청년처럼 벼락부자가 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 번쯤 해봤을 것이다.
서울에서 평범한 직장인으로 평생을 모아도 살 수 없는 아파트를 가상화폐로 순식간에 살 수 있다는 것은 마술이다.
그런데 그 마술을 마술사가 아니라 누구나 할 수 있다면 더 이상 마술이 아니다. 그래서 수많은 사람들이 가상화폐에 몰리는 것이다.
이것만 보면 정부의 지적처럼 사행심을 조장하고 성실하게 일하는 보통 사람들의 의지를 꺾어버리기에 충분할 만큼 충격적이다.
만약 이대로 가상화폐가 질주를 계속한다면 정상적으로 일하며 돈을 버는 사람들은 바보취급을 받게 될지 모른다.
그래서 로또보다 확률이 낮은 가상화폐가 나왔고 이를 통해 거액을 벌고 인생역전을 하려는 개미투자자들이 수없이 몰리는 것은 아닐까.
가상화폐 시장에서 현재까지는 누구나 돈을 벌 수 있는 구조였다. 하지만 앞으로 현실에서 유통이 안되고 현금화가 안돼서 돈을 잃는 사람들이 더 많아지면 폭락의 충격이 올 수 있고 가상화폐로 더 이상 돈을 벌 수 없는 순간이 닥칠 것이다.
아무도 사지 않으면 결과는 뻔하다. 이 상황을 가정해 정부는 정책을 내놓아야 한다. 헤지펀드 시타델 창업자인 켄 그리핀은 “비트코인은 버블이며 눈물로 끝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부는 쉽지 않겠지만 덩치가 커져버린 가상화폐 시장에 극약처방을 내리기보다 정상적인 노동만으로도 충분히 인간다운 생활을 누릴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최치선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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