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기준법 개정안, 국회 통과

'법정 공휴일 유급휴무' 민간으로 확대
'무제한 근로' 특례업종, 기존 26개에서 5개 업종 축소
민주노총, “5개 특례업종 존치, 심각한 문제”

주당 법정 근로시간을 단축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통과됐지만, 노동계는 불만을 토로하고 있고, 경제계는 인력난과 자금난을 걱정하고 있다. 근로자는 근로자대로 현실성이 없다고 불평하고 있다.

환경노동위원회는 지난 27일 고용노동소위원회와 회의를 거쳐 주당 법정 근로시간을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단축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통과시켰으며, 2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2013년 국회에서 관련 논의가 시작된 지 5년만이다.

개정안에 따르면 1주일은 토요일·일요일을 포함한 주 7일로 명시하고 근로시간은 현행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단축하기로 했다. 시행 시기는 사업규모별로 300인 이상 기업 및 공공기관은 오는 7월 17일부터, 50인 이상 299인 이하 기업은 2020년 1월 1일부터다. 5인 이상 49인 이하 기업은 2021년 7월 1일부터 시행된다. 300인 이상 사업장 중 개정안을 통해 특례업종에서 제외된 21개 업종 사업장은 2019년 7월 1일부터 시행된다. 

휴일 근로수당, 8시간 이내 근무의 경우 통상임금의 50%

'무제한 근로'가 가능한 특례업종도 기존 26개에서 5개 업종으로 축소됐다. 존치된 특례업종으로는 △육상운송업 △수상운송업 △항공운송업 △기타운송서비스업 △보건업이며, 운수업 중 노선버스는 제외됐다. 
공무원·공공기관 직원들에게만 적용되던 '법정 공휴일 유급휴무 제도'는 민간에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휴일 근로수당은 8시간 이내 근무의 경우 통상임금의 50%를, 8시간을 초과하는 휴일 근로에 대해서는 통상임금의 100%를 가산하기로 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에 대해 “공휴일을 민간 기업에 적용하는 것은 평등한 휴식권을 보장하려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휴일에도 쉬기 어려운 서비스업 종사자나 인력이 부족한 소기업의 상대적 박탈감과 비용 부담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유감”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영세 기업들의 구조적, 만성적 인력난이 2023년까지 다 해소되기는 어려운 만큼, 정부는 현장의 인력 실태를 지속 점검하고, 인력공급 대책?설비투자 자금 등 세심한 지원책을 마련해주기 바란다. 아울러 국회는 추후 예정된 탄력적 근로시간제 단위기간 확대, 노동제도 유연화에 대한 논의도 성실히 진행할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근로시간 단축은 최저임금 인상과 더불어 근로조건 개선의 핵심이다. 그러나 근로시간 단축을 선도하는 기업들에서도 과중해지는 업무강도, 줄어드는 휴게시간과 전체적인 임금수준이 낮아지는 등의 문제로 또 다른 노사 간의 갈등이 유발되기도 한다. 정부와 국회는 근로시간 단축이 노동자들의 근로조건을 개선해 생산성 향상을 도모할 수 있도록 다각적이고 실효적인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밝혔다. “근로시간 단축 합의가 근로조건 개선의 계기가 되고 나아가 한국 경제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담보하는 기초가 되어야 한다. 그것을 기초로 출산·육아 휴가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고, 다양한 근무제도가 가능하고, 복리후생이 강화된 ‘일과 삶의 균형’이 이루어지는 사회가 되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국회 환노위가 노동시간 단축이라는 중요한 입법내용을 공론화 과정도 없는 깜깜이 법안으로 노동계와 단 한차례 협의도 없이 자기들끼리 주고받기 밀실합의로 짬짜미 법안을 만들어 통과시킨 것은 그 내용을 떠나 입법절차상 심각한 하자를 보여준 것”이라고 평가했다. “불법 행정해석에 근거한 주 68 노동시간제가 1주 7일, 최장 52시간으로 명확히 한 점은 비록 전면 시행시기가 2021년 7월 1일로 늦춰진 문제는 있지만 진일보한 안이다. 그러나 5인 미만 사업장에는 적용이 제외됨으로써 권리보호 장치가 없는 영세한 기업의 노동자들이 장시간 노동에 방치되고 있는 현실은 바꾸지 못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민주노총은 “휴일근무수당 중복할증 폐지는 전적으로 사용자의 이익을 위해 현행법을 개악한 것”이라며 “노동시간 특례업종을 5개로 축소한 것은 진전된 안이지만 전면 폐기되어야 할 5개 특례업종을 존치시키고 언제 폐지할지에 대해서 시점을 정하지 않은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밝혔다.


한국노총, “5인 미만 사업장, 근기법 및 공휴일 확대 적용” 촉구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은 긴급 산별대표자회의를 열고 국회 환노위 여야합의안에 대해 설명하고 조직의 의견을 들었다고 지난 27일 밝혔다. 회의에서는 여야합의안이 지난해 연말 국회 환노위 여야간사단 합의안보다 진일보한 내용이라는데 대체로 의견을 같이 했다. 특히 한국노총의 적극적인 요구와 노력으로 관공서 공휴일에 관한 규정이 민간사업장에 도입되고, 특례업종이 26개 업종에서 5개 업종으로 줄어든데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하지만 특례업종으로 남게 된 산별대표자들은 아쉬움을 표하며 향후 모든 특례업종이 폐지될 수 있도록 한국노총이 적극 노력하고 정부와 정치권에 촉구해줄 것을 요청했다.

여야 합의안이 위법한 행정지침에 면죄부를 준 점과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을 앞두고 국회가 서둘러 입장을 정리한 점, 당사자인 노동계와 사전에 협의가 없었던 점에 대한 문제 제기도 있었다. 한국노총은 이날 회의에서 나온 조직의 의견을 수렴해 향후 △5인 미만 사업장까지 근기법 및 공휴일 확대 적용 △근기법 63조 적용제외 폐지 △특례업종의 완전한 폐지 △정부와 국회가 노동시간 단축에 따른 임금보전 지원 방안 마련할 것 촉구 △입법과 관계없이 휴일·연장근로 관련 대법원의 정당한 판결 등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 나가기로 했다.

저작권자 © 시사경제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