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차인의 아픔을 먹고사는 ‘임대인 박문각’

[시사경제뉴스=이범석 기자] 노량진역에서 200여미터를 걸어가면 박문각 빌딩에 위치한 커피전문점이 눈에 띈다. 이 커피전문점은 역에서 거리도 멀고 사람들의 동선도 끊어지는 등 커피전문점을 하기에는 적당하지 않은 위치다. 다서 조용해 보이는 이 커피전문점이 최근 2년여 동안 건물주와의 힘겨운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는 제보에 시사경제뉴스가 취재에 나섰다. <편집자주>

 

장기계약 제안에 “1억8천여만원 투자로 죽은 상권 살려”

임차인에 대한 갑질 행각으로 물의를 빚고 있는 노량진 고시학원 박문각 본사 빌딩과 박문각의 갑질로 권리금을 잃을 위기에 내몰린 카페7그램 전경

국내 경찰, 검찰 등 사법계의 스승으로 명을 떨치고 있는 박문각이 지난 2017년부터 상가세이자와의 다툼에 휩싸이며 “임대인 갑질의 결정판”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커피전문점(카페 7그램)을 운영하는 박지호 대표는 계약 당시 건물주인 박문각 측의 ▲무료주차 ▲홍보를 위한 간판 설치 협조 ▲5년 계약이지만 더 오랫동안 운영 제시 등의 계약조건을 수용해 1억8000여만원의 시설비를 과감히 투자해 2012년 1월부터 카페문을 열었다.

 

개업당시 노량진 역과의 거리가 250미터나 떨어져있고, 상가 앞은 주차장을 방불케하는 등 상권을 살리기에는 쉽지 않아 보였다. 그때문인지 박문각 측은 박지호 대표의 생각보다 좋은 계약 조건을 제시했고, 이에 박 대표는 장기적인 안목에서 과감히 투자를 결정했다.

 

박지호 대표는 매장의 입지적 불리함을 극복하기 위해 뮤지컬·영화 등의 이벤트 진행에서부터 유동인구가 많은 노량진 역 방향 교차로에 홍보 배너를 설치하고 인근의 입지가 상대적으로 좋은 약국을 찾아 약국 정문에 홍보 포스터를 설치하는 등 금전적인 투자와 함께 육체적인 투자도 마다하지 않았다.

 

이 같은 박 대표의 노력으로 카페에는 손님들의 발길리 점점 늘어나기 시작했고, 자리를 잡아가게 됐다. 그런데 문제는 그 즈음에 터졌다. 검물주인 박문각 측에서 상가를 비워달라는 뜬금없는 통보였다.

 

박 대표의 주장에 따르면 “박문각 측은 매장이 자리를 잡아갈 즈음 갑자기 매장 홍보 배너를 강제 이동시키고, 임대차 계약서에 특약으로 명시된 임차인 간판도 강제 철거 했다”며 “또한 2016년 6월에는 매장을 비워달라는 내용증명까지 보내왔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이 카페는 지난 2012년 1월 당시 카페자리는 외진 곳이라 유동인구가 많지 않았지만 학원 측에서 저를 유치하려고 주차도 무료로 해주고, 홍보를 위해 간판 설치도 협조하겠다고 설득해 보증금 1억3000만원에 월 66만원의 임대조건으로 계약을 하게됐다”며 계약 당시를 설명한 뒤 “계약기간이 2년이지만 5년으로 해 준다고 해서 대출까지 받아 1억8000여만원을 투자해 내부공사를 하고, 주변 시설을 이용하는 등 홍보에도 만전을 기해 자리잡았는데 죽은상권 살려 놓으니 나가라는 것은 임대인의 갑질이 아니고 무엇이냐”고 하소연 했다.

 

박지호 대표가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카페가 성업하자 인근 부동산에서는 권리금 1억7000만원~2억원을 제시하며 매장을 매각하라는 요청이 종종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박 대표는 건물주 인 박문각 측이 계약기간에 구애하지 말고 오래 하라는 말을 믿고 카페를 통한 성공을 다짐하며 장사에만 매달렸다.

 

그러던 어느날 카페주인에게 돌아온 것은 재계약도 아니고, 매장 임대도 아닌 ‘무조건 나가라’는 것이었다.

<다음에 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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