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FA회장 만나 “지역평화” 요청…靑 “남북화해로 추진”

▲문재인 한국 대통령(오른족)이 12일 청와대에서 지아니 인판티노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으로부터 받은 선물을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시사경제뉴스=이범석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23일(현지 시각) 러시아에서 잔니 인판티노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을 만나 남북과 중국·일본이 공동 개최하는 '동북아 월드컵' 구상을 밝혔다. 2026년부터 월드컵 본선 참가국이 32개국에서 48개국으로 늘고 본선 경기도 64경기에서 80경기로 확대되면서 ‘공동 개최’ 가능성이 더 커졌다. 최근의 남북 관계 개선 상황도 고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러시아 로스토프나도누에서 한·멕시코전을 관람한 문 대통령은 전반전이 끝난 뒤 인판티노 회장과 만나 “회장님을 처음 만나 월드컵 남북 공동 개최를 말했는데 그게 현실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인판티노 회장은 “대통령이 남북 공동 개최를 말씀하신 게 불과 1년 전이었는데 그때만 해도 실감이 나지 않았으나 그사이 많은 일이 일어나는 등 대통령의 열성과 집요함, 그리고 추구하는 가치가 힘을 발휘했다”며 “이를 위해서는 지금부터 준비를 해야하고 대통령이 부르면 언제든지 한국에 가겠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이 월드컵 남북 공동 개최 구상을 처음 밝힌 것은 작년 6월 인판티노 회장이 방한(訪韓)했을 때다.

 

당시 문 대통령은 “남북한을 포함해 동북아 이웃 나라들과 월드컵을 공동 개최할 수 있다면 남북 평화와 동북아 평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2030년 월드컵 때 그런 기회가 왔으면 좋겠다. 이 문제에 관심을 가져달라”고 했다.

 

이에 인판티노 회장은 “문 대통령의 비전을 존경한다”면서도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겠지만 믿음을 갖고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답했다.

 

하지만 최근 남북, 미·북, 북·중 정상회담이 잇달아 열리는 등 동북아 정세가 급변하면서 ‘2030년 동북아 월드컵’ 개최를 본격 추진할 여건이 마련됐다는 게 청와대의 판단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평창올림픽이 남북 화해의 계기가 됐던 것처럼 2030년 월드컵 공동 개최가 동북아 평화의 상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동북아 월드컵이 실현되려면 넘어야 할 산이 한두 개가 아니다.

 

현재 2022년 월드컵은 카타르에서 열리고 2026년 월드컵은 미국·캐나다·멕시코 3개국 공동 개최로 최근 결정됐다. 또한 월드컵 100주년이 되는 2030년에는 1회 월드컵 개최국인 우루과이가 아르헨티나, 파나마와 공동 개최를 추진하고 있다.

 

따라서 2022년 월드컵이 아시아인 카타르에서 열리기 때문에 다음 월드컵이 아시아 대륙에서 개최되려면 2번을 건너뛴 2034년은 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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