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관세폭탄에 현대차 노조, 7년 연속 파업 ‘통과’

올해 임금협상 결렬을 선언한 현대자동차 노조가 6월26일 북구 현대차 문화회관에서 임시대의원 대회를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시사경제뉴스 = 이범석 기자] 현대자동차 그룹이 미국의 자동차관세 폭탄에 노동조합 파업이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사면초가에 놓였다.

 

현대차노조는 올해 임금협상과 관련한 파업 찬반투표를 가결하면서 7년 연속 파업에 나설 가능성이 커졌다.

 

반면 일각에서는 최근 미국의 고율관세 부과 추진 등 대외적인 경영환경이 악화되는 상황에서 노조가 제 잇속을 챙기는데만 급급하다는 비난이 나오고 있어 노조측의 향후 움직임에 촉각이 모아지고 있다.

 

3일 현대차 관계자에 따르면 현대차 노조는 2일 전체 조합원을 대상으로 파업 실시 여부에 대한 찬반투표를 벌여 65.6%의 찬성률도 가결했다.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가 조정 중지를 결정함에 따라 노조는 이날부터 합법적인 파업을 벌일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노조, 순이익의 30% 성과급 요구

 

노조는 3일 오후 쟁의대책위원회(쟁대위)를 열어 파업 실시 여부와 일정 등을 논의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 관계자는 “일단 노조가 사측과 추가협상에 나설 것으로 보이지만, 임금협상을 둘러싸고 양측의 입장차가 커 파업이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 노사는 지난 5월 3일 올해 임금협상을 위한 상견례를 가진 후 지금껏 12차례에 걸쳐 교섭을 벌였지만, 끝내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이에 노조는 지난 5월20일 교섭 결렬을 선언하고 곧바로 중노위에 조정 신청을 하며 쟁의를 위한 준비절차에 들어갔다.

 

노조는 이번 교섭에서 호봉승급분을 제외한 기본급 5.3%(11만6276원) 인상, 순이익의 30% 성과급 지급 등을 요구했다. 또한 조건 없는 60세 정년 보장과 해고자 복직 등도 요구안에 포함됐다.

 

이 밖에 사내하청 임금 7.4% 인상과 하청업체 부당계약 등 공정거래법 위반 근절대책 마련 등을 담은 특별요구안도 협상 테이블에 올렸다.

 

이에 대해 사측은 호봉승급분을 포함한 기본급 3만5000원 인상과 성과급 200%+100만원 지급 등을 제시하며, 노조의 요구는 수용하기 어렵다고 맞섰다.

 

현대차가 광주광역시와 손잡고 추진 중인 자동차 위탁조립공장 사업, 이른바 ‘광주형 일자리’ 사업에 대해서도 노조는 강하게 반발했다.

 

광주형 일자리 사업이란 광주광역시를 중심으로 기업과 지자체, 시민이 합의해 임금을 자동차 업계 평균의 절반 수준으로 낮추는 대신 위탁공장에 투자를 유치해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정책이다.

 

현대차는 최근 광주형 일자리 사업에 대한 투자의향서를 제출하고 배기량 1000cc 미만의 경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생산하기로 결정한 상태다.

 

이에 대해 노조는 광주형 일자리 사업이 정규직의 임금 수준을 하향 평준화하고 고용 불안을 초래한다며, 총력투쟁을 통해 저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는 한편 당초 5월19일 개최될 예정이었던 현대차와 광주광역시의 투자 협약식도 노조의 반발에 무기한 연기됐다.

 

‘트럼프 관세폭탄’에 숨죽인 현대차

수출길에 나선 현대자동차들이 항만에서 선적을 기다리고 있다.

노조의 쟁대위 이후 진행될 추가협상마저 결렬될 경우 현대차 노조는 지난 2012년부터 7년 연속으로 파업을 벌이게 된다.

 

현대차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진행된 파업으로 회사가 입은 손실규모는 7조4900억원에 이른다.

 

현대차는 특히 파업으로 생산차질을 겪는 가운데 수입차를 겨냥한 미국의 25% 고율관세 부과마저 현실화 될 경우 상당한 경영위기에 부딪힐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외국산 제품이 미국의 안보에 위험한 영향을 미칠 경우 고율의 관세를 매길 수 있다는 ‘무역확장법 232조’를 앞세워 수입차에 대한 고강도 규제를 추진하고 있다.

 

현대차는 미국 앨라배마공장을 운영하고 있지만, 여전히 전체 미국 판매차량의 절반 이상을 국내에서 만들어 수출하고 있다.

 

지난해 현대차가 미국에서 판매한 68만5555대 가운데 수출은 35만7549대에 달했다. 미국이 수입차에 25%의 관세를 부과할 경우 현대차의 미국 수출길을 사실상 막히게 되는 셈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과 미국에서의 판매 부진 등을 딛고 최근 판매량이 조금씩 회복되고 있는데 노조가 파업을 강행할 경우 회사는 다시 주저앉을 수 밖에 없다”며 “여러 대외변수 속에서 실적 회복에 안간힘을 쓰는 회사의 노력에 노조도 동참해 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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