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화재가 우리에게 남긴 것

 

KT 아현지사 화재사건을 통하여 통신재난 강국으로 승화시키자!

소비자단체 "화재 2차 피해 훨씬 컸다…KT 관리 부실 탓"

D등급 통신시설 지방이 70%…노웅래 "통신시설 관리체계 너무 허술"

 

지난 24일 오전 KT 아현지사 건물 지하 통신구에서 10여 시간 동안 화재가 발생해 일부 지역에 통신 장애가 발생했다.

‘정보통신기술(ICT) 선진국’을 자처하는 대한민국의 한계와 민낯을 보여준 부끄러운 재난이다.

지난 11월 24일 오전 11시쯤 서울 서대문구 KT 아현지사 지하 통신선이 지나가는 통로인 통신구(通信溝)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불은 지하 4m 깊이에 묻혀 있는 가로·높이 2m, 길이 150m 통신구 가운데 79m를 태우고, 약 10시간 만인 오후 9시26분께 완전히 꺼졌다.

이번 화재로 서울 중구 용산구 마포구 서대문구에 있는 KT 휴대전화 기지국 2833개가 작동을 멈췄고, 가입자 21만5000명의 유선 인터넷 서비스도 중단됐으며, 서울 은평구와 경기도 고양시 일부 지역도 통신 장애를 겪었다.

갑자기 휴대전화와 인터넷 서비스가 중단되자 서울 중·서부 시민 수십만 명은 큰 혼란이 발생하여 서울 지하철 신촌역과 홍대입구역 인근 공중전화에는 전화를 걸기 위해 5~10명씩 줄을 서기도 했다. 삼성페이 등 스마트폰 결제가 중단되자 사람들은 현금을 찾기 위해 편의점과 은행 현금인출기(ATM)에 몰렸으며, 카드 결제도 중단되어 상인들은 손님을 돌려보내야 하는 큰 혼란이 발생했다.

또한 KT 건물 2층에 위치한 인터넷 데이터 센터(IDC)가 피해를 보면서 이를 이용하던 인터넷 기업과 커뮤니티의 데이터에 타격이 불가피해졌다. 이미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 등은 서버에 저장한 데이터가 사라졌다며 심각한 피해를 호소하고 있으며, 이번 화재가 '통신대란'은 물론 '서버 데이터 대란'으로 번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번 화재는 국민의 생명·안전과 직결된 치안·국방·의료 서비스에도 일부 장애를 초래하는 심각한 결과를 낳았다. 소방청은 원래 사용하던 KT 망이 단절된 후 바로 예비통신망인 SK로 전환해 신고 접수 및 출동에 차질이 없었다고 밝혔다. 서울 용산구에 있는 국방부도 화재 이후 외부와 연결되는 일반전화가 마비됐다가 25일 오후 복구되었으며, KT 회선을 쓰는 일반전화는 화재로 불통이 됐다가 25일 오후 복구됐고, 군(軍) 내부 통신망 등에는 전혀 이상이 없다고 했다.

또한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병원에서는 의료진 내부 연락망인 '콜 폰'이 한때 마비돼 병원 안내 방송으로 의료진끼리 연락을 취했으며, 25일 마포구에서는 심정지 환자가 발생하였으나 119에 연결이 되지 않아 사망한 결과를 초래했다.

이번 사고는 1994년 서울 종로5가와 대구 지하통신구 화재, 2000년 서울 여의도 전기통신 공동구 화재 등 통신 마비 사태를 수차례 겪었음에도 불구하고 통신망 곳곳의 허점을 노출했다. 만약 테러나 고의에 의한 화재였더라면 국가 사회안전망이 완전 무방비 상태로 뚫린 것이라고 심각하게 생각할 수 있다.

앞으로 5G시대가 열리게 되면 자율주행차 기술은 물론 IoT(사물인터넷), 스마트 홈 서비스 등이 본격화한다. 즉 5G 시대에는 자동차, 건물, 가전기기 등 모든 것이 네트워크에 연결돼 스스로 작동하게 되는데, 예고 없는 통신 장애가 상상을 초월한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번 재난이 우리의 통신재난대비 상태를 처음부터 다시 점검하고 제대로 재난대비체계를 세우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소비자단체가 KT 아현지사 화재와 관련 통신사고 예방대책과 보상체계 마련을 27일 촉구했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는 이날 성명서를 내고 “IT 재난으로 기록될만한 이번 화재의 원인 규명부터 대응관리 문제, 개인과 소상공인, 소비자 피해보상까지 모든 단계에 있어 실효성 있는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KT가 피해 고객에 대해 1개월 요금감면을 보상책으로 제시한 것과 관련해 “1차 피해보다 매출과 배달 손실 등 2차 피해가 훨씬 더 컸다”며 “지나치게 넓은 범위의 통신장비를 한곳에서 관리해온 규정의 문제가 큰 만큼 KT가 적극적인 피해보상에 나서야 한다”고 비판했다.

대구시 소방안전본부장과 소방 관계자들이 KT월배지점과 지하통신구 10개소를 긴급점검하고 있다.

협의회는 “화재가 발생한 KT 아현지사 지하 통신구는 16만8000회선의 전화선과 220조의 광케이블이 설치돼 있고 각종 지자체 시설과 기관, 기업, 언론사가 밀집된 지역임에도 소화기 1대만 비치돼 있고 스프링클러와 같은 자동소화설비가 설치돼 있지 않았다”며 “허술한 방재설비 및 관리가 대규모 통신장애를 초래한 주요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전국에 이런 화재 무방비 통신구가 얼마나 더 있는지 파악조차 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라며 “이번 사태를 계기로 소방법상 연소방지설비·자동화재 탐지 설비 설치 규정과 통신장비 이중화 및 분산수용 필요성에 대한 논의가 진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통신재난을 불러온 서울 KT 아현지사와 같은 D등급 통신시설이 지방에 집중된 것으로 조사됐다. 지방 쏠림 현상이 심하고 시설이 제대로 정비돼 있지 않아서 사고 발생 시 이번 사태보다 더 우왕좌왕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인 더불어민주당 노웅래 의원이 27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부터 제출받은 ‘D등급 통신시설 지역별 시설현황’에 따르면 각 통신사별로 보유한 D급 통신시설은 KT가 354곳, LG유플러스가 187곳, SK텔레콤이 131곳이다. D등급 통신시설의 약 70%가 수도권이 아닌 지방에 위치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역별 위치한 D등급 시설의 개수를 살펴보면 전라도가 총 148곳으로 가장 많다. 경상도 141곳, 경기도 132곳, 서울 90곳, 강원도 64곳, 부산 60곳, 충청도 56곳, 광주 37곳, 울산 31곳, 인천 28곳, 대구 24곳, 대전 17곳, 제주도 6곳, 세종 1곳 순이었다.

이제 겨우 지역별 현황을 확인한 것은 정부의 허술한 통신시설 관리체계를 적나라하게 보여준 것으로 더욱 신속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높다. 통신기술 발전과 함께 안전이나 보안 취약점은 늘 도사리고 있는 것으로 물리적 안전이나 정보보안이 붕괴되면 순식간에 일상이 마비될 수 있기에 안전과 보안은 중요하다는 교훈을 남겼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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