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말까지 한시적 유예’…한미FTA 개정협상에서 우의를 선점한 미국

미국이 철강관세 시정명령 시행일을 하루 앞두고 폭탄 대상국에서 한국을 포함한 7개국을 대상으로 오는 4월말까지 잠정적 유예를 발표했다. 하지만 일본은 이번 유예 대상국에 포함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8일 수입산 철강과 알루미늄에 각각 25%와 10%의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고 행정명령은 15일 뒤인 23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하지만 이날 시행국에서 한국을 비롯한 7개국이 잠정 유보됐다고 AFP 등이 전했다.

 

AFP 등은 22일(현지시간) “기존에 일시면제 혜택을 받았던 캐나다·멕시코 외에 한국·유럽연합(EU)·아르헨티나·호주·브라질 등 7개국이 관세 부과 대상국에서 빠졌다”고 전했다.

 

블룸버그 등 외신에 따르면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이날 상원 재무위 청문회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공정무역을 위한 대책 마련을 진행하는 가운데 일시적인 관세 부과 ‘중단(pause)’ 조치를 승인했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특정 기준에 따라 면제국을 정했다”고 말했다.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은 철강·알루미늄 제품이 관세 대상에서 빠진 것에 대해 “한국산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대한 미국의 관세 부과가 4월 말까지 ‘잠정 유예’됐다”며 “하지만 영구면제가 아닌 만큼 앞으로 지속적으로 미국 통상당국과 조건 협상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본부장은 이어 “미국과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을 진행중인 캐나다·멕시코가 철강관세 대상에서 빠진 것과 같은 이유로 한국의 경우 또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철강 관세 영구 면제를 연계한 협상으로 진행될 수있다”며 “급한 불은 껐지만 현재 진행 중인 한미FTA 개정 협상이 난항을 겪을 경우 25% 철강 관세 대상에 다시 포함될 수도 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철강 관세와 한미FTA 개정협상이 연계돼 한국이 철강 관세의 최종 면제국에 포함되려면 자동차 산업 등에서 미국이 강렬히 원하는 무언가를 양보해야 할 것리라고 내다고고 있다.

 

실제 자동차 산업은 미국이 한국에 가장 공격적으로 시장개방을 요구하는 분야로 미국산 차가 한국시장에 좀더 용이하게 진출할 수 있도록 한국의 까다로운 자동차 안전·환경 기준의 문턱을 대폭 낮춰줄 것과 미국에 쿼터를 늘리거나 아예 안전기준을 적용하지 말아 달라는 요구를 더 강하게 시사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지난해 한국의 자동차 및 부품산업이 거둔 대미 흑자는 177억5000만 달러로 이는 전체 대미 무역흑자(178억6000만 달러)와 비슷한 규모다.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 미국산 자동차의 수출이 늘어나면 디트로인트 일대를 포함하는 ‘러스트 벨트’ 일대에서 지지세력을 좀더 규합할 수 있기 때문에 철강관세와 한미FTA 협상을 연계해 좀더 강도높게 밀어붙일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이번 면제 대상국에서 일본이 포함되지 않은 것에 대해 일본의 경우 FTA와 거리가 멀고, 미국을 상대로 여전히 무역흑자를 많이 담아가는 국가로 분류되고 있는 것이 원인으로 꼽히지만 아베 총리가 직접 나서 챙기고 있는 만큼 막판에 의외의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는 관측이 적지않다.

 

또한 중국에 대해 로스 장관은 지난 20일, 하원 청문회에 출석해 “우리 무역 파트너들의 수출 정책, 불공정한 무역관행, 막대한 양의 과잉생산 등을 포함해 여러 가지 원인이 있다”며 “특히 중국은 단연코 철강 최대 생산 및 과잉 설비의 가장 큰 원인이다. 중국의 과잉 설비 규모는 미국 전체 철강 설비의 최소한 세 배 이상을 웃돈다”고 중국을 정조준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에 주한미군 철수 가능성을 거론하면서 방위비 분담금 협상 등을 압박한 전례가 있는 만큼 철강 관세 폭탄 역시 FTA 재협상을 계기로 한국정부에 대한 ‘강수’가 나올 수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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