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MB, 뇌물, 횡령 등 혐의, 朴 보다 가볍지 않다”

검찰이 예상대로 이명박 대통령(77)을 소환 조사 이후 22일, 법원은 이 전 대통령에 대해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검찰 출석에서부터 구속까지 긴박했던 순간을 시사경제뉴스에서 되짚어 봤다. <편집자 주>

 

조세포탈, 국고손실 등 10여개 혐의

검찰이 이 전 대통령에 대해 적용한 혐의는 뇌물, 횡령, 조세포탈, 국고손실,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대통령기록물법 위반 등 10여 개에 이른다.

 

검찰이 법원에 제출한 구속영장 청구서는 범죄 사실과 범죄일람표를 포함해 A4 용지 207쪽에 이르고 구속 사유 의견서만 1000쪽이 넘는다. 이는 박근혜 전 대통령 때 영장 청구서(91쪽) 때와 비교해 두 배를 넘는 분량으로 범죄일람표 분량만으로도 범죄의 경중을 가늠할 수 있다.

 

검찰 관계자는 이 전 대통령의 법 위반과 관련해 “세는 방식에 따라, 같은 죄명에서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다르다”며 “혐의 소명이 충분한 부분을 우선 포함시켰고 추가 수사가 필요한 부분은 포함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이 가운데 110억원대 뇌물수수와 350억원대 횡령이라는 두 가지 주요 범죄 혐의를 명시했다. 한때 최고 권력에 있었던 대통령으로서 신분을 망각한 채 재임 시절에 사익을 추구했다는 점을 구속영장에 못 박은 것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검찰은 이 전 대통령의 뇌물 혐의를 크게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7억원과 삼성전자가 대신 납부한 미국 다스 소송비 60억원, 민간 영역에서 받은 36억5000만원 등 3갈래로 나누고 서울 도곡동 땅과 다스가 이 전 대통령 소유라는 점을 영장에 적시했다.

 

이 전 대통령은 2007년 대선 국면에서 도곡동 땅 실소유 의혹 등에 대해 “새빨간 거짓말”이라고 주장했지만 검찰 수사결과 도곡동 땅 매각 대금 263억 원 가운데 이상은 다스 회장(85)에게 150억여 원이 갔고 이 가운데 일부 자금이 다스 지분 인수와 증자에 쓰여 이 회장이 최대 주주로 드러났다.

 

검찰은 이같은 증거들을 바탕으로 이 전 대통령이 다스 실소유주라고 판단하고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를 적용했다. 또한 이 전 대통령은 김재수 전 로스앤젤레스 총영사와 청와대 관계자 등 국가기관을 동원해 다스의 BBK 투자금 140억원 반환 소송을 돕도록 한 혐의도 받고 있다.

 

김윤옥 소환 초읽기…MB캠프 증거 나와

한편 이 전 대통령의 처분과 별도로 지난 2007년 대선 직전 이명박 전 대통령의 부인 김윤옥 여사가 뉴욕의 한 여성 사업가로부터 고가의 명품 가방을 받았다는 의혹과 관련해 새로운 증거가 공개됨에 따라 윤 여사에 대한 소환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번에 MB캠프에서 나온 증거는 당시 관련 사실을 덮기 위해 캠프 핵심 관계자가 써준 사업 편의 제공 각서다.

 

이 각서에 따르면 2007년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 직후 이명박 전 대통령의 부인 김윤옥 여사가 뉴욕의 한 여성 사업가 이모씨로부터 고가의 에르메스 가방과 함께 미화 3만 달러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서울신문이 보도했습니다

 

2007년 12월 대선 직전에 작성된 것으로 당시 MB캠프 총괄 기획 팀장이었던 정두언 의원이 재미사업가 강모 씨가 운영하는 업체에 사업 편의를 봐주겠다는 내용으로 연대서명인 송모씨의 서명까지 있는 일종의 각서로 전해졌다.

 

이 확인서와 관련해서는 당시 캠프 관계자의 증언도 나왔다.

 

캠프 관계자는 “정 전 의원이 써준 각서가 맞다”며 “당시 김 여사가 받은 가방 안에는 현금 3만 달러가 들어있었던 것으로 기억 한다”고 말했다.

 

반면 이 같은 주장에 대해 당시 현장에 있던 성공회 신부 김 모 씨는 “가방이 전달된 것은 맞지만 돈은 들어있지 않은 빈 가방이었다”고 엇갈린 반응을 보여 검찰수사가 시작될 경우 금품 수수 확인여부에 따라 혐의가 달라질 수 있는 상황이다.

 

문 총장은 구속영장 청구 직후 기자들과 만나 “영장청구는 범죄혐의의 경중에 따라 법률에 의해 정해지는 것”이라며 “법률가로서 법과 원칙에 따라 결정했다”고 말했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 역시 “일부 혐의에 대해선 종범이 구속돼 있고 범행의 최종적 지시자, 수혜자가 더 큰 책임을 져야 하는 점을 감안하면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게 형평성에 맞다”고 영장청구 배경을 설명했다.

 

3월 22일, 구속영장 발부

법원은 구속적부심에 이 전 대통령이 불출석을 밝히면서 변호인단과의 원만한 소통이 안 이뤄지면서 한 때 혼선이 빚어지기도 했다. 이로 인해 예정보다 하루 미뤄진 22일, 법원은 서류심사 만으로 이 전 대통령의 구석영장 심사를 거쳐 밤 11시경 최종 영장을 발부했다.

 

22일 밤, 11시 5분 경 구속영장 발부소식이 전해면서 서울 논현동 이 전 대통령 자택 주변에 몰려든 시민들은 일제히 박수와 함께 환호를 지르는 등 1년 전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구속 때와는 사뭇 다른 풍경이 연출됐다.

 

이 전 대통령은 영장심사가 진행된 22일, 하루종일 자택에 머무르며 법원의 결과를 기다렸다.

 

검찰 수사관이 차량 3대에 나뉘어 타고 이 전 대통령의 집앞에 도착한 시간은 자정을 10분여 남겨둔 시점이었다.

 

검찰의 구속 영장 집행 당시 자택 안에는 유인촌 전 장관을 비롯해 조해진 전 의원, 장제원·권성동 의원, 이동관 전 수석 등 친이계 인사 등 30여명이 함께 있었다.

 

검찰 수사관과 함께 자택 밖으로 나온 이 전 대통령은 몇몇 측근들과 악수를 한 뒤 호송차에 올라타는 과정에서도 시민들은 친이계 인사들을 향해 “친이계도 함께 감방에 보내라”라고 소리를 지르기도 했다.

 

한편 이명박 전 대통령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 함께 구속 될 경우 구치소 측의 힘든 점과 공범과 함께 수감하지 않는다는 규정 등을 이유로 서울 동부구치소에 수감됐다.

 

이 전 대통령의 구속이 최종 확정되면서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박근혜 전 대통령에 이어 집권이후 1년도 안돼 2명의 전직 대통령을 구속시킨 대통령이 됐다.

 

MB “공정한 수사 기대하기 어렵다”…’옥중조사’ 거부

이명박 전 대통령이 지난 26일 자신의 변호인 강훈 변호사를 통해 검찰 조사에 응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건찰 조사에 일체 ‘보이콧’을 주장했다..

 

강 변호사는 이날 “검찰이 구속 이후에도 이 전 대통령 주변 인물을 계속해서 소환조사하고 있는 데다 피의사실을 무차별적으로 공개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검찰의 공정한 수사를 기대할 수 없고 나아가 추가 조사에 응하는 것도 무의미하다고 판단했다”고 이 전 대통령의 말을 전했다.

 

당초 서울중앙지검은 26일, 오후 2시 자동차부품업체 다스(DAS)를 둘러싼 실소유주 의혹과 비자금 조성·횡령 등 혐의에 대한 보강조사를 위해 신봉수 첨단범죄수사1부장을 비롯한 수사팀을 서울동부구치소에 보내 이 전 대통령을 방문조사할 방침이었다.

 

특히 검찰은 현대건설 뇌물수수 의혹 등 구속영장청구서에 담기지 않았던 추가 혐의에 대해서도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전직 대통령 예우와 경호 등 상황을 고려해 방문조사를 결정했다.

 

그러나 이날 이 전 대통령 측은 수사초기부터 검찰의 이번 수사를 ‘정치보복’으로 규정한 기존 입장을 강화하고 검찰에 법적대응방안을 노출시키지 않겠다는 전략에 따라 검찰조사를 전면 거부하면서 옥중조사는 결국 무산됐다.

 

이 전 대통령은 지난 3월14일 검찰 출석 당시 “전직 대통령으로서 하고 싶은 말이 많지만 말을 아껴야 한다고 다짐했다”며 “다만 우리의 역사에서 이같은 일은 이번이 마지막이 됐으면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에 따라 검찰은 당사자 조사없이 이 전 대통령에 대한 범죄 혐의를 입증하기 위해 더욱 세밀하게 관련 진술과 증거를 확보해야하는 등 검찰 수사에 난항을 겪을 전망이다.

 

반면 일각에서는 이 전 대통령이 앞서 구속 수감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전례를 따르는 것 같다는 우려에 대한 시각도 만만치 않다.

 

지난해 3월 31일, 뇌물수수와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의 혐의로 구속돼 서울동부구치소에 수감된 박 전 대통령 역시 기소에 앞서 다섯 차례 구치소 방문조사를 실시했으나 박 전 대통령이 검찰조사에 비협조적인 태도로 인해 실익은 크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불법수수 혐의와 관련해 지난 2017년 12월 박 전 대통령에 대한 방문조사를 다시 시도했으나 박 전 대통령이 조사를 거부했고, 자신의 재판이 불리해지면서 이를 ‘정치탄압’으로 규정짓고 재판을 ‘보이콧’한 바 있다.

 

결국 이 전 대통령 측이 박 전 대통령과 비슷한 전략을 구사하면서 검찰 조사는 물론 재판에도 비협조적 태도를 취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되면서 향후 검찰과 이 전 대통령 간의 신경전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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